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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식탁 - 자연이 허락한 사계절의 기쁨을 채집하는 삶
모 와일드 지음, 신소희 옮김 / 부키 / 2023년 10월
평점 :
< 야생의 식탁 >
▫️저자 : 모 와일드
▫️출판사 :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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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와 자연 파괴를 염려하면서도 염가 쇼핑에 탐닉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좌절감을 느낀 약초 연구자, 모 와일드 작가는
"채취만으로 정말 먹고살 수 있을까요?"
라는 채취 강습 도중 받은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일 년간 야생식만 먹는 실험을 하며 자연에서 스스로 구한 것으로 사계절을 보낸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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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역사를 통틀어 7000여 종에 이르는 식물을 먹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오늘날 전 세계 일일 칼로리 섭취량의 50퍼센트 이상은 밀, 옥수수, 쌀이라는 단 세 가지 곡물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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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질이 손상되면 인간도 굶주릴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 식물들은 모두 영양가와 약효가 풍부한 식량 자원을 제공한다. 쐐기풀 어린잎, 엉겅퀴 뿌리와 줄기, 바늘꽃 싹, 봄맞이냉이 잎은 배고픈 이들을 위한 음식이며 아무나 가져갈 수 있다. 누구에게나 공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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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채취 장소는 종종 내밀한 공간이다. 그곳에는 생계뿐만 아니라 발견과 기쁨에 관련된 자기만의 추억이 담겨 있다. 우리는 뇌의 해마에 채취와 관련된 기억을 간직하며, 거대한 그물버섯과 보석처럼 붉은 월귤, 꽃송이버섯 여섯 개를 한꺼번에 발견한 장소와 시간을 결코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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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날 많은 사람이 현대 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해 심각하게 분열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에 별도의 소셜 미디어 페르소나, 근무용 인격,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또 다른(될 수 있으면 진정한) 자아를 유지해야 하는 부담까지 더해진다. 자연은 이런 조립식 자아를 원하지 않는다. 야생은 우리의 진정한 존재, 내면의 자연스러운 상태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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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이야말로 인간과 지구의 단절을 치유할 방법이라 직감하는 저자는 야생식을 먹는 것은 요리인 동시에 치유이고, 사회적이자 정치적인 행위이며, 우리 후손들이 자연과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지구 중심적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영감을 줄 것이라 믿는다.
성격 급한 저자는 겨울을 앞둔 관계로 몇 가지의 예외사항을 두고 야생식 한 해 살이의 몇 가지 조건을 세웠다.
현대인으로서의 이점 (전기와 연료의 사용, 집의 보유)을 활용하여 규칙을 정하고 과학적인 요소와 인류의 식단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더해 '실험'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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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식재료를 얻기가 참 쉽다.
(물론 돈이 있을 경우다.)
하지만, 어릴 적 먹던 다양한 맛을 찾기란 쉽지 않다.
재배되지 않는, 재배가 수월하지 않은 자연의 산물은 마트에서 찾아볼 수 없기에 직접 채취하지 않는 소비자의 식탁에까지 올라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가 지적하듯, 굳이 농경의 시작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식재료를 취함에 있어서 양적으로는 풍족해졌으나 질적으로는 빈약해졌다.
어릴 적에 달에 한 번꼴로 있는 제사를 지내러 부모님과 함께 시골 큰댁을 내려가곤 했다.
길도 없는 산에서 봉분을 찾고 어른들이 벌초를 하시는 동안 시골사는 큰언니와 오빠들이 한 손에는 막대기를, 한 손에는 바구니를 든 어린 사촌들의 손을 잡고 온 산을 헤집으며 ️다녔더랬다.
봄, 가을에 서울에선 시장에서조차 접해본 적 없던 다래와 으름을 따먹고, 밤송이를 까고 상수리를 주우러 다니면 어느새 아빠가 칡뿌리를 다듬어 입에 넣어 주시곤 했더랬다.
봄이면 당연하게 쑥을 캐서 쑥버무리를 해먹고 가을에 우수수 떨어지는 밤과 은행을 까서 저장해 놓고 한겨울 내내 간식으로 구워 먹던 시절을 기억한다.
저자가 이야기한 야생의 본능을 담은 영혼으로 계절에 따라 자연이 주는 쌉쌀함과 달콤함, 고소함과 새콤함이 당연한 줄 알고 살았었다.
이제는 그 모든 것이 결코 무한하지 않은 경이로운 선물이었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저자인 모 와일드가 일 년 동안 마트에 가지 않고 수렵, 채집만으로 식재료를 조달하며 매 끼니 고군분투하는 모습 속에서 궁핍함이나 초조함은 엿볼 수 없었다.
오히려 사계절 내내 자연이 내어주는 것들에 마음 또한 넉넉해졌다고 전했다.
값비싼 요리가 하나 부럽지않았다고.
숲과 바다를 다니며 자연에서 채취한 것들로 차려낸 저자의 '야생의 식탁'은, 그가 겪은 생생한 야생의 풍경을 독자에게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아 전하는 동시에
지구의 자연과 마주 보고 살아가는 기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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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며 열매를 따러 다니던 시간을 손에 잡히듯 추억하는 나처럼,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자연과 마주 보는 보석 같은 시간들이 존재하길 바라본다.
이토록 다채롭고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고요히 앉아 온몸으로 그 가르침을 느끼며 살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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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튼튼하고 자립적이고 강인하며, 내가 속한 세계와 조화를 이룬다고 느낀다. 지금까지의 여정을 끝낸다는 건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