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애쓰고 싶지 않은 마음
인썸 지음 / 그윽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ㅣ마음은 그대로일지라도
ㅣ그걸 유지하는 내 노력은 그 이상이겠지

/p.105
나는 그 뜨거움을 한 번도 식히지 못했다
-
울적한 날에는 꽃을 봐도 슬프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더 아름다웠던 때를 떠올린다. 끝에 이르러서는 너를 볼 때 그랬던 거 같다. 슬픔이 혈관을 타고 퍼지는 것이 느껴졌다. 필요한 온도를 넘어서는 뜨거움이다. 타오를 듯한 감정들이 격정적으로 순간순간에 신호를 줬다. 잊히지 않을 순간에는 늘 그랬다. 필요 이상으로 마음이 뜨거웠다. 그리고 나는 그 뜨거움을 한 번도 식히지 못했던 것 같다.
-
📖인썸 작가의 글은 감성적이다. 그러면서 신파는 아니고, 딱 그만큼의 감정만 느끼게 간결하다. 그 뒤에 여운은 온전히 읽는 독자의 몫이다.

👉🏻갈색 책을 넘기다보면 책은 물론 내 손까지 갈색으로 물드는 것 같다. 푸릇한 새싹이나 풍성한 잎이 아니라, 그 모든 시절을 다 보낸 후에 자연스럽게 색이 변해 이제는 더 변할 색도 없어서 갈색 그대로 쭉 이어지는. 그 세월의 깊이와 연륜이 손끝에서 전해오는 것 같았다.

📖산문집치고는 호흡이 짧다. 글이 연재되지는 않아서 한번에 쭉 읽기 어려운 경우엔 목차를 보고 읽고 싶은 주제를 먼저 쏙쏙 빼서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책이 주는 메시지가 독자가 읽는 스타일에 따라 변하지는 않으니까.

👍무엇보다 이 책은 <제목>이 인상적이다. 좀 특이한건, 내용을 먼저 읽고 제목을 봐야 그 제목에 담긴 의미가 보인다. 마치 하상욱의 시처럼, 본문을 읽고 갸웃했다가 제목을 보면 “아!”하고 감탄이 나오는 것처럼.

글을 써본 사람은 안다. 제목을 짓는게 글을 쓰는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그 제목을 읽는 사람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선 더욱 힘들다는 걸. 하지만 이 책은 “제목이 다했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독창적이고, 유쾌하며, 때로는 몇 마디 단어로 울고 웃게 된다. 저마다의 감상은 다를지언정, 책의 본질을 독자가 쉬이 이해하는건 이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