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초등학교 귀신부 - 제14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118
임정순 지음, 김푸른 그림 / 웅진주니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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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적부터 <전설의 고향>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유튜브에 있는 전설의 고향을 즐겨본답니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애환을 가지고 있어서 짠하고 정이 갔습니다. 도깨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을 놀래키고 곯려주길 좋아하지만 또 어리숙해서 사람들에게 되려 당하기도 합니다. 나쁜 병을 옮기는 마마대왕도 있지만, 도움을 주는 신도 있습니다. 아이를 점지해주고 지켜주는 삼신할미, 부엌을 지키는 조왕신, 집터를 수호하는 터주신 등등. 하다못해 화장실을 지키는 측신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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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언제부턴가 <귀신>의 존재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요즘 나오는 공포콘텐츠를 보면 우리나라의 정서가 아니라 일본이나 서양에 기반한 '원한', '공포'스러움이 대부분입니다. 거기다 모습은 괴기스럽고 흉측합니다. 찢어진 입, 뚫린눈... 혐오스럽기 짝이없는 모습에 기함을 합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공포컨텐츠는 귀신, 도깨비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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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저에게 있어 「달빛초등학교 귀신부」는 참으로 고맙고 소중한 책입니다.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화장실귀신인 측신 본연의 모습이 나와서 '귀신은 무서운게 아니고 우리와 함께하는 또 다른 존재구나", '심지어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잖아? 소원을 들어준대신 나도 대가를 치뤄야는군'이라는걸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화장실은 더럽고 냄새나는 장소가 아니라 나의 은밀한 비밀을 털어놓는 소중한 장소로 화장실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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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신이 오늘날의 학교를 배경으로 아이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흥미로운 작품.
(이주영, 송언, 이상권, 박정애, 장한애-심사평에서)

이 뿐인가요? 이 유쾌한 측신은 아이들의 고민도 들어줍니다. 아이들도 측신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반신반의했지만, 결국 모든 친구들이 저마다의 고민을 해결하고 이로 인해 다시 옹기종기 의기투합해 뭉치게 되자 친구들은 측신에게 감사인사를 하러 갑니다.

지금말로 하면 측신은 <츤데레>의 정석같습니다. 흥 너네가 나한테 뭘 해줄건데? 까칠하기 짝이 없어 보이지만 속은 너무나 깊습니다. 괜히 '화장실 귀신'이 아니라 '측신'이겠습니까. 잡신 아니라 엄연히 화장실을 담당하는 신이라 그런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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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측신의 이야기로만 끝났다면 흔한 '학교전설'이 되었겠지만, 측신은 이 책에서 <조력자>의 역할이며 사실 이 책에서 진짜 말하고 싶은 건 따로 있습니다. 귀신부 부원들의 오해와 갈등, 그리고 그 모든걸 해결하는 <진실과 진심>을 어떻게 전하는가, 그리고 말이란 것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말 하나로 어떤 결과가 되는지에 대해 너무나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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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저는 귀신이야기를 통해 옛이야기 속의 지혜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어요. 특히 진실을 마주하는 힘이요. 고마운 일이 생기면 고맙다고 말하고, 미안한 일을 하면 제대로 사과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한다고 용기 내어 말할 힘. 여러분도 그들이 전하는 지혜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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