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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연인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작품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고 난 뒤 역시 '이시다 이라다운 빠른 전개' 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엄지 연인은 작가가 누구인지 따로 알림받지 않고 읽었어도 이시다의 작품이라고 알았을 것이다.
필요없는 사건은 전개하지 않는다. 정말 필요한, 말하고 싶은 것, 독자에게 알리고 싶은 것을 말한다.
그런데도 이시다의 책을 읽는것은 짧은 서술에서의 여운이 길어서일까?
아버지가 외국계 투자은행의 사장인 스미오는 태어났기 때문에 살고 있을 뿐인 삶을 살고 있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의욕도 없는 건조한 삶에서 우연히 휴대폰 검색을 통한 만남 사이트를 알게 되고 쥬리아에게 문자를 보내게 된다.
솔직한 심정을 담아 보낸 문자에 따른 답장은 쥬리아라는 여성에게서 오는데 어두운 울림을 느끼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미오는 왠지 모를 끌림을 느끼고 쥬리아에게 친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마음의 말들을 털어놓는다.
몇 차례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은 후 그녀의 사진을 받은 스미오는 자살한 엄마와 닮았다는 걸 알고 더욱 더 가깝게 느낀다.
이윽고 둘은 만나보기로 하고 마치 원래부터 알던 사이처럼 끌리게 된다.
그러나 스미오는 재벌 집 아들이고 쥬리아는 비정규직으로 하루종일 크림빵을 만드는 일을 하는 하위 계층이다.
둘은 서로에게 강렬한 끌림을 느끼고 관계를 맺지만 현실은 둘의 계급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감정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결국 힘든 사건들이 계속 생겨나자 어차피 함께 행복할 미래가 아니라면 더는 살 가치가 없다는 것을 느끼고 죽음을 택한다.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데이트에서 그들은 아무런 걱정도 없이 오직 행복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
굉장히 짧은 만남이지만 강렬하고 힘겹지만 오로지 감정에 충실한 순수한 사랑이다.
사회적으로 굉장한 차이를 보이는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은 환경과는 상관없이 외로움과 건조한, 무의미한 삶을 살고 있다.
결국 인간은 본질적인 것으로 해석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사회적 여유가 있어도 가장 낮은 곳의 사람이 겪는 감정을 느끼는 건 어렵지 않다는 걸 알려준다.
어쩌면 그들은 가장 위태로운 시기에 만났기에 더욱 더 빨리 서로에게 흡수되고 빠졌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