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굴의 시대 - 침몰하는 대한민국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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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버지는 누나에게 늦게 일어난다며 타박하고,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주방 행주를 바닥 걸레로 썼다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듣게 되는 말들이고, 10년 전에도 들었던 말들입니다. 비슷한 언성이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10년 내내 누나는 늦게 일어났고, 아버지는 행주로 바닥을 닦았기 때문이죠.

 

 

이런 현상의 책임은 당연히 행동을 고치지 않는 쪽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책임의 당사자는 이 사실을 잘 모르는 듯합니다. 오히려 적반하장일 때도 있죠. 언성을 높이는 쪽이 화목한 분위기를 깨고 있다면서요. 참으로 답답합니다. 이런 건 결코 가족의 정이 아닙니다. 가족의 정이라는 것을 악용해서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일 뿐이죠.

 

 

‘수신제국평천하’라는 말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족 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서 그런지 사회적으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집니다. 사회를 야만적으로 만드는 사람들은 당당하게, 야만적인 사회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비난합니다. 왜 똑같은 말을 자꾸 하냐는 거죠. 『비굴의 시대』를 쓴 박노자 교수에게도 비슷한 비난이 가해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낸 책에서와 별 다를 바 없는 주장을 지겹게 반복한다면서요.

 

 

같은 이야기를 또 한다는 말에도 동의할 수 없지만, 설령 그렇다 한들 그게 무슨 문제인가 싶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의 병폐는 결코 개선되지 않았고 도리어 심화되고 있으니까요. 박노자 교수는 그저 그 누구보다도 두 눈을 부릅뜨고 한국 사회를 쳐다보고 있는 것뿐입니다. 그 시선이 자꾸만 터부시되니까 반복해서 말하고 더 크게 말할 수밖에 없는 거고요. 이게 과연 게으른 걸까요? 오히려 게으른 건 그러한 외침을 듣지 조차 않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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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굴의 시대 - 침몰하는 대한민국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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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말들. 하지만 더욱 뼈아픈 것은 이 책의 내용이 현재진형형이라는 것. 그리고 어쩌면 과거완료형일지도 모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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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면 따져봐 - 논리로 배우는 인권 이야기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최훈 지음 / 창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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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로 배우는 인권 이야기이자 인권으로 배우는 논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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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 어려운 시대에 안주하는 사토리 세대의 정체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이언숙 옮김, 오찬호 해제 / 민음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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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담론의 역사를 짚어가며 하나씩 격파해가는 1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마치 조자룡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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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
류동민 지음 / 코난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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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성장한 대한민국이 압축된 공간 서울은 또 어떻게 변화할지, 아득한 상상을 해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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