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질병이라면 난 이미 죽었을 텐데
김제인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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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루 종일 무표정으로 산다고 슬픔도 우울도 없는 인간으로 생각하다니 참 어이가 없었다.

주변에서 긍정만 강조하고 그만 좀 우울해하라는데 참 스트레스도 많았다.

역 INTP와 INTJ 왔다갔다 하는 나처럼 엄청 생각많고 고뇌 좀 하시는 분이 낸 책은 없을까? 

궁금해하다 이 책까지 왔다.


이미 제목부터 책벌레 INTJ 마음 속에 취향저격했다.

아니 화병도 질병으로 인정한 마당에 슬픔으로 일어나는 현상들을 질병으로 간주하지 않아!?

긍정주의 아래에서 분노는 인정해도 슬픔은 금기라는 것인지? 참 답답한 곳을 뻥 뚫어주었다.

동시에 무한경쟁주의 사회를 비꼬는 듯한 문구에 생각이 또 많아졌다.

무한하게 경쟁하는 사회에서 한국인은 행복하지 못하고, 그래서 평온한 영원한 잠만 원하는 거라면... 취업으로 힘든 세대인 만큼 더 마음이 가는 제목이었다.


저는 역할에 맞추어서 태어난 게 아닌데요?

유독 역할규범이랄지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는 한국사회에 한 방 날리는 내용이었다.

우리 모두 영혼 상태부터 원해서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당연히 무조건 학생, 성인, 직장인, 자녀, 배우자, 부모님 등 역할을 하기 위해서 태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종종 우리는 마치 역할이 우리인 양 행동을 강요한다.

역할만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자아가 죽어가도 모르는 풍토를 비판하는 것 같아서 2차로 씁쓸했다. 하지만 우울감과 같이 온 씁쓸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기쁘면 웃고 화나면 조심스럽게 풀어야 한다는 사실은 아는데 왜 슬프면 울어야 한다는 사실은 모를까? 슬픔도 다른 감정과 마찬가지다. 쌓이면 해롭기 때문에 울어서 배출해야 한다.

웃음만큼 우는 일도 중요하다. 방법은 다르겠지만 어떤 감정이든 분출해서 흐르게 하는 게 좋다.

그런 기본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긍정과 노력만 강조하기 때문에 다른 감정이 묻히는 게 아닐까? 단순한 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심오해진다.


INTJ로서 가장 공감이 간 장이다. 

서로 가치를 인정하고 성장하는 관계가 아니면 괜히 에너지 소모하기 싫다.

이용해 먹으려고 맡기는 사람이나 사랑한다고 스스로도 하지 못한 구원을 대신 해달라는 사람도 싫다. 참 INTJ의 마음을 엿보는 듯한 문장이다. 


우울감이라는 말 아래 잔뜩 쏘아올린 현실비판?이 가득한 이 에세이는 우리가 몰랐던 슬픔과 우울감의 순기능을 보여주는 듯 하다. 마냥 긍정적이게만 보라는 세상의 소리보다 훨씬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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