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 애착장애
오카다 다카시 지음, 이정은 옮김 / 메이트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애착장애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의문이 많았다.

단지 애착이라는 하나의 대상 때문에 걱정과 불안으로 잠을 들지 못한다니?

갑자기 오는 불안정한 심박이 온다니? 스트레스가 쌓인다니?

나름대로 사랑 받고 자랐다고 믿는 나에게 애착장애라는 단어는 가족에 대한 인식을 깨부술 정도로 강력한 대상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는 나의 가족에게도 적용되는 단어였다.


애착장애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3가지 체계 중 하나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인간은 3가지 체계를 바탕으로 행복을 느낀다.

본능적인 욕구 충족과 관련된 엔도르핀 같은 내인성 마약, 문제 해결에서 오는 도파민 같은 보수계, 그리고 옥시토신 등으로부터 애착이 있다.

내인성 마약과 보수계로서는 사람의 행복감에는 한계가 있다. 둘 다 단기간에 마약이나 과식 등을 통해서 얻을 수 있지만, 단순 한 순간만 지속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속적인 행복을 얻는데 애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애착에 문제가 생기면서 세대를 이어서 애착장애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를 옥시토신과 같은 호르몬을 통해서 아이에게 애정을 갖는다. 아이는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안정적인 애착을 갖고 성장한다. 하지만 1950년대 이후로 안정적인 애착 관계 생성에 문제가 생겼다. 전쟁으로 사회 변화 때문이었다.

세계 대전과 같은 전쟁으로 인해서 전쟁 고아가 많이 생겼다. 산업화가 일어나면서 산업 구조가 바뀌었고 이는 여성의 사회 진출과 노동 시간의 증가를 가져왔다. 당연히 양육에 들이붙는 시간이 줄 수 밖에 없었다. 장기적으로 불안정한 애착관계가 쌓아지면서 1960년대부터 다양한 정신병들이 가정 안에서도 발견되기 시작했다. 

ADHD, 자폐증, 양극성 장애 등 전에는 병원 등 환자에게서만 발견되던 정신적인 병이 가정 안에서도 쉽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희귀한 경우가 아니란 것이다.


애착장애는 부모의 방임, 학대, 양육자의 교체 등으로 일어난다.

부모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지 않거나 공감해주지 못하고 응답해주지 못할 때도 애착장애는 생긴다. 애착장애는 2가지 양상이 주로 나타나며, 불안형과 회피형이 있다.

불안형은 애정을 갈구하고 계속 밖으로 반응을 한다. 그래도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는데 비교적 쉽다. 하지만 회피형의 경우 안으로 삭인다. 내부적으로는 스트레스를 받지만 스스로도 감정에 무감각하고 무심하기 때문에 몸이 스트레스를 받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중에 쌓이다가 터진다. 이 밖에도 아이나 돌보는 일에 대해서 너무 차갑거나 관심이 없다면,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면 회피형으로 본다. 솔직히 회피형 부분을 보고 나도 애착장애가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와 어린 동물에 대해서 극도로 냉랭한 어머니, 사람 그 자체보다 IQ와 공부로 사랑을 인정받았던 과거, 서로 공감하지 못했던 나와 부모님, 속으로 앓다 몸살로 고생했던 과거

전형적인 애착장애 회피형의 모습이 나에게 있었다. 당혹스러웠다.

20년 남짓한 시간 동안 나름대로 사랑받고 자랐고, 애정을 안다고 믿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 했다. 나의 애착 시스템은 꽤 망가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래도 다행인 점은 나에게 선생님과 다양한 애착 대상이 있었다는 것이다.


애착장애 회피형의 경우 안전한 애착 대상의 형성과 감정적 표현이 중요하다.

나는 운이 좋게도 수많은 세월 동안 부모님 외에 다양한 애착 대상을 잡았다. 그것은 종종 선생님과 같은 인간이었으며 때로는 책 속 가상의 인물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나 자체를 이해해주고 가능성을 찾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수많은 선생님이 있었기에 자신에 대한 사랑을 키우고 애정에 보답하고 애정을 즐기고 베푸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정말로 운이 좋았다.

부모님만을 애착 대상으로 잡지 않고 다양한 대상을 애착 대상으로 안전하게 삼았기에 운이 좋았다. 애착장애는 전적으로 애착 대상과의 관계를 변화시켜야 한다. 잘못된 애착관계를 바꾸어야 기본적으로 바뀐다. 그럴 수 없다면 새로운 애착 대상을 찾아서 안전기지를 만들어야 한다. 

산업사회로의 진입은 신체적 건강을 연장해주었지만 정신적 건강까지는 향상해주지 못 했다. 사회가 바뀌고 산업 구조가 바뀜에 따라 가족 간의 애착 형성이 힘들어졌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을 주면 좋았을 것을, 이 책의 작가는 마치 애착장애의 근원이 여성에게만 있는 것처럼 전개를 해서 아쉬웠다. 당연히 여성의 사회 진출과 노동 시간이 늘어나면 다른 시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에 따른 다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이 책에는 그런 내용까지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어머니와 아이의 애착관계가 중요하다면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가? 아버지와 아이의 애착관계에 대해서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부모님이 같이 나온 경우를 제외하면 사례조차도 별로 없다. 애착장애를 다루고 소개하고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은 좋지만 아버지란 존재의 부재, 바뀐 사회와 산업 구조로 인한 어머니의 돌봄 시간의 감소 등에 따른 문제점은 논의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좀 더 그런 사회적인 변화에 집중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래도 그런 점과는 별개로 책 자체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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