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지식 - 역사의 이정표가 된 진실의 개척자들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이승희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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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부터 창세기에 관한 새로운 해석에 기가 막히는 줄 알았다.

누가 창세기를 성 그리고 성욕에 연관을 지어서 해석을 하겠는가? 

동양의 20대인 나조차도 의심하지 않았던 창세기를 그렇게 신박하게 해설할 줄 누가 알았겠나?

그런데 이상하게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데미안이 생각났다.

성경 속에서 추악한 죄를 지은 잔인한 인물로 표현되던 카인을 비범한 인물로 해석하고, 카인의 표지가 특별하다는 의미로 생각했던 데미안과 창세기에서 선악과가 성과 성욕을 의미한다는 해석은 어딘가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에른스트 작가님이 데미안의 후손인가? 라는 엉뚱한 생각도 했다.

하지만 책의 후반부에 갈수록 나는 이러한 생각이 틀림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에른스트 작가님은 데미안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 책은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되는 책이었다.

이보다 더 지식과 금기에 다가가 책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서구사회, 특히 유럽에서 지식이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자세하게 다룬다.

근, 현대의 과학사는 서구사회와 지식 그리고 과학의 아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의 대다수에 걸친 기독교와 지식 그리고 과학의 관계를 본다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과거에 지식은 특정한 사람들만 가진 특권이었고 힘이었다.

기독교는 인간과 우주에 대한 본질을 창세기를 비롯한 내용으로 지식을 탐구하지 못 하도록 은폐했다. 자신들이 만든 지식을 퍼뜨리고 영향력을 증대시킨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이러한 은폐는 과학에 의해서 깨진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기독교는 사람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 했고 이는 과학의 강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과학의 몇몇 영역들이 이미 신의 영역을 넘었다는 점에서 과학은 종교보다 강한 힘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핵물리학, 유전자조작, DDT를 알린 <침묵의 봄>과 같은 과학계의 언제나 뜨거운 감자들과 창세기의 새로운 해석과 근친상간과 같은 문제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사례를 보이는 광란의 구성을 본다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종교를 넘어서 과학이 지식과 함께 힘을 얻었다는 사실을.


그러나 <금지된 지식>에서 작가님은 지식의 개방과 함께 비밀도 강조한다.

위험하거나 죽음을 부르는 지식과 사생활에 대한 지식은 비밀로 남아야 한다.

국가가 붕괴될 수 있는 지식, 남에게 해를 가하거나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지식, 우성학과 같이 과거의 피비린내가 나는 지식은 비밀로 남는게 나을수도 있다는 작가님의 글에 미래의 공학도로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지식이 산업 현장이 아닌 일반적인 공간에서 활용되어서 위험이 된다면?

내가 안전하게 사용한 지식이 다른 상황에서 피를 부른다면?

내가 더 많은 공익을 위해서 공개한 지식과 기술이 반대로 파괴와 혼돈을 부른다면?

특정한 지식을 점유하고 기술로서 활용하는 미래의 공학도의 입장에서 직업윤리를 비롯한 과학에 대한 윤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금지된 지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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