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마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9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의 엄마>는 모든 가족들이 같아야 한다는 편견을 깨버린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가족은 혈연중심의 사람으로 구성된다.

이는 <엄마의 엄마>에서도 변하지 않는 믿음이다.

그러나 가족은 언제나 화목하고 사이가 좋아야 한다는 사회가 바라는 가족은 이 소설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가족이 족쇄이고 훨씬 복잡한 존재라고 이 소설은 들려준다.

다나카 히나미의 엄마와 할머니의 관계, 히나미의 친구인 사치코와 그녀의 가족,

기숙학교을 다니는 미카미 신야와 그의 가족, 다나카의 기도 선생님과 그의 형님

모두 가족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 했던 그런 관계에 있다.


다나카 히나미의 할머니 다나카 다쓰요를 보면서 나는 나의 할머니가 생각났다.

검은 피부에 쪼글쪼글한 주음이 가득한 피부를 지닌 할머니가 내 엄마의 엄마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주근깨가 가득한 노란 피부에 여름에는 꽃무늬 원피스, 겨울에는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호리호리한 엄마가 이런 쪼글쪼글하고 작은 사람의 자식이라니!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할머니가 떠난지 3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엄마가 할머니와 많이 닮았다는 점을.

히나미의 엄마와 할머니가 체격과 뒷모습이 비슷하다면 나의 엄마와 할머니는 앞모습이 비슷하다. 부모와 자식이 안 닮아 보이고 사이가 안 좋더라도 결국은 닮았다.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 할머니가 또렷하게 생각나는 나로서는 히나미가 너무 놀랬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저체중이어서 마른 할머니의 얼굴이 해골 같지는 않았는데, 히나미의 할머니는 얼굴이 해골처럼 보여서 독자인 나보다도 어린 히나미의 마음이 신경쓰였다.


그러나 나는 동시에 히나미가 부러웠다. 적어도 할머니와 괜찮은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이는 히나미의 기도 선생님과 그의 형의 만남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나의 도시락을 싸주고 귀여워해주었던 사람들이 모두 떠났다. 

또 <엄마의 엄마>에 나오는 가족들만큼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그렇게 관심과 애정이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10살 무렵부터 혼자서 도시락을 만들고, 철이 들 무렵부터 혼자 차려먹고 살았다.

그래서 사치코에게 크로켓을 사주던 히나미의 엄마가, 미카미 신야에게 어설프게라도 애정을 보이는 미카미가가 조금은 부러웠다.

한 번 애정을 주던 사람이 떠나는 일을 경험한 사람은 알 것이다. 어설프게 보이는 가족의 애정이 그 사소한 손길이 얼마나 소중한지. <엄마의 엄마>도 그런 흔적 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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