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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가들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월
평점 :

당신은 유행가라고 하면 어떤 노래가 떠오르나?
만약 아래에 있는 노래가 생각난다면 나는 이 책을 당신에게 추천하지 않는다.
아이유의 너랑 나, 빈지노의 아쿠아맨,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
딘의 instagram, 지코의 아무노래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유행가에는 다음이 있다.
사의 찬미, 눈물 젖은 두만강,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킬리만자로의 표범
이 책은 적어도 나이가 40대는 되어야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독해력이나 문해력의 입장에서가 아닌 근현대사를 경험한 개인으로서 그렇다.
MZ세대인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강력한 역사의 흐름이 여기에 있다.
김형수 작가님은 1959년생이다.
한국사에서 치열하고 피비린내가 나던 근현대사를 겪은 세대이다.
어릴 적부터 김형수 작가님의 겉에는 유행가가 가득했다.
떠돌이 영화사를 따라다니던 아버지가 차린 주막에는 유행가들이 흘려넘쳤다.
영화사들은 당대에 유명한 노래들을, 약장수와 유랑 극단들은 신타령을, 서커스는 재즈와 서곡들을 불렸다. 유행가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는 환경이다.
음악을 했었던 작은형으로 고등학교 시절에도 음악이 있었다.
대학생 때는 민주주의를 위한 유행가가 그리고 어른이 된 이후에도 지역감정이 배겨든 유행가가 울려퍼질 정도였다.
그렇다. 김형수 작가님의 유행가는 시대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는 관계다.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개인의 이야기가 울리고, 개인의 감각만을 만족시키는 나의 유행가와는 결을 달리 하는 유행가가 이 책에 가득하다.
민족의 한과 비애가 담기고, 민주주의를 위해서 흘린 피가 흥건한 노래들이 작가님의 유행가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근현대사를 수능으로 배운 사람과 직접 경험한 사람의 감각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처음 소개되는 <사의 찬미>를 들어도 시대의 아픔과 민족의 한탄스러운 운명을 어찌 알리?
세대 차이가 이렇게 나는 책은 처음이었고, 이렇게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에 슬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