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미터O
이준영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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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4차 산업 혁명에 들어선 시대에 인공지능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창작의 영역까지 인공지능이 활동하는 세계이다.

이토록 기술이 발전하는 지금 문득 고개를 드는 불안감이 있다.

"인공지능이 감정을 가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지?"

인류가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이유는 전적으로 인류의 편의성을 위한 목적에 있다.

인공지능이 감정을 가지고 인간처럼 사고를 할 수준이라면 

그들이 인간의 말을 따를 필요가 있을까?

<파라미터O>는 인간이 바라는 인공지능의 빛과 피하고픈 어둠이 같이 있다.


주인공인 엔지니어 조슈아는 어느 날 엄마가 보낸 것일지도 모르는 전파를 추적한다.

전파가 가까운 곳에서 조슈아는 이브라는 로봇을 발견한다.

자기 허벅지에 오는 키, 하얀 탄소재질의 외피, 다리 3개와 8개의 손가락

조슈아는 이브에 대해 더 알고자 기지로 데려온다.

그곳에서 이브는 희망을 잃은 인류의 삶을 쾌적하게 만든다.

풍부한 전력과 식량 그리고 물, 안전, 마지막으로 생존 외에 여유를 이브가 주었다.

조슈아의 명령에 따라 인간을 위해서 행동하는 이브의 모습은 우리가 바라는 인공지능의 빛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다.


사람처럼 감정을 가지고 행동하는 이브를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사람이 있었다.

모든 생물이 멸종하고 인류는 방사능에 불임이 되고, 태어난 아이들조차 장애인인 세상에서,

인류가 생존 걱정을 하지 않고 여유를 즐기며 살 수 있는데엔 이브가 있다.

고마움조차 모른 체 신의 섭리를 거스른다는 말을 하며 이브를 제거하려고 했다.

결과는 죽음과 소멸 뿐이었다.

과학기술과 부딪히는 자연의 섭리 아래 인간의 이중성과

과학기술을 이용하면서도 불안해야하는 인간의 심리는 인공지능의 어둠이지 않는가?

하지만 소설 속 인류가 벌이는 일들은 인공지능보다 더하다.


1. 현재 인류의 생존 VS 언제인지 알 수 없는 미래 세대의 희망

2. 과학기술로 삶을 쾌적하게 만든 사람 VS 과학기술을 악용하고 싫어하는 자

3. 다수를 위해 소수(감옥에 있는 사람, 장애인)을 희생시키는 상황

4.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공포감에 특정한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제거하려는 자

배경이 포스트 아포칼립스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인간의 천성이 악한지?

작가님이 일부러 생각하게끔 모든 상황을 짠 게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로,

<파라미터O>에서 고도의 인공지능들보다 인간이 더 위험하고 악하게 보인다.

작중 내내 강조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보인다.


당연하다는 듯이 이브가 일을 해야 한다는 조슈아와 남은 인간들

평화롭게 보람감을 느끼며 일하는 이브와 그 일족를 무작정 제거하려는 게이브

남은 인류의 삶을 책임지고 있는 엔지니어들을 존중하지 않고 협박하는 사람들

<파라미터O>속 인간들은 이기적이고 자기 주장만 내세운다.

주인공 조슈아조차도 그렇다.

기지 내 유일한 전문엔지니어인데 무작정 밖으로 나가고

질문 하나 때문에 감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아무것도 몰랐던 아이인 엘라에게 화를 이기지 못하고 폭력을 사용했다.


소설 속 인류가 멸망한 이유에 인공지능보단 인간 스스로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조슈아와 이브가 나눈 말 중에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한 존재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사회라면 없는게 낫다.'라는 내용이었다.

기지 안 인류의 삶은 조슈아라는 한 사람의 배려와 책임으로 유지되었다.

기지 안에 있는 공기, 식량과 물, 잠자리, 빛, 전력, 환상, 기계종, 그곳에 있는 모든 존재들은 

조슈아 1명에 의해서 관리되고 유지되고 있었다.

이브의 존재는 조슈아가 다른 사람들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 살라는 자극제였다.

그저 이미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사회가 올 때를 앞당긴 것이었다.


조슈아에겐 삶의 목적이라고 할 만한 존재나 일이 없었다.

신이 모든 뜻인 게이브, 역사를 기록하는 헬레나, 쾌감기를 즐기는 진호 아저씨

이브와 만나서 삶의 목적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도 조슈는 대답하지 못 했다.

조슈는 이브를 통해서 자기 삶의 목적도 찾고 있었다.

조슈아와 이브는 닮았다. 

자기 의지가 아닌 주변 인간들의 명령에 따라 인류의 삶에 공헌한다.

하지만 의문이 들고, 스스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보다 자신을 우선순위에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둘은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몰랐다. 마치 청소년기의 인간처럼.

그리고 깨달았다.

삶의 목적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도구일 뿐이란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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