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잘 살고 있어 - 이 시대 2인 가족의 명랑한 풍속화
박산호 지음 / 지와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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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알게 된 가족의 입맛:


첫 에세이부터 고3 동생을 둔 맏이로서 공감이 되었다.

코로나로 개학이 연기된 박산호 작가님은 삼시세끼 준비에 절규한다.

딸 아이가 학교에 다닐 때는 한끼만 챙기면 되었건만...

이제는 하루종일 집에 있으니 삼시세끼를 다 챙겨야 한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해서, 딸이 좋아하는 닭고기와 카레로 요리를 한다.

둘 다 좋아하는 재료이니 행복할 것이라는 예상은 잠깐이었다.

딸은 카레를 안 좋아한다. 더구나 카레에 들어간 닭고기는 맛이 없다고 한다.

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작가님의 생각은 산산조각이 났다.


2020학년도에 고3 동생이 있던 나는 격하게 공감했다.

부모님이 일하러 나가고 단 둘이 집에 있는데 누가 요리를 하겠는가?

박산호 작가님의 따님처럼 휴일에는 늦게까지 안 일어나는 동생을 위해 나는 요리를 했다.

온라인 수업으로 바쁜 때에 먹다 남은 만두를 데워준 적이 있다.

그때 동생이 한 말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 만두 싫어해. 고기 잡내가 나서 싫어."

분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만두를 잘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우리는 생각보다 가족이란 이름 하에 서로에게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제야 이해가 되는 엄마의 마음


박산호 작가님의 부모님은 이혼하셨다. 어머님이 박산호 작가님과 동생분을 키우셨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무언가 할 기회가 와도, 돈 때문에 자존감 때문에 능력이 안 되어서 할 수 없었던 일이 많았다. 그런 작가님과 달리 딸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작가님은 알게 모르게 딸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가지고 싶은 물건을 가질 수 있는 딸이 부러웠다.

부러움에 작가님은 어머니를 떠올리셨다.

고등교육을 받을 수 없어서 독학을 했던 어머니, 해외로 여행을 떠날 생각도 하지 못 했던 어머니

자신과 달리 유학을 가던 큰 딸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작가님은 생각하셨다.


자신과 어머니, 자신과 딸의 관계를 조용히 풀어내는 작가님을 보면서 엄마가 생각났다.

너는 젊으니까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던 엄마

꾸준하게 열심히 하니까 좋은 결과를 많이 낼 수 있을거라던 엄마

조용히 결과를 낼 때까지 기다려준 엄마

나의 엄마도 박산호 작가님처럼 무언이든 할 수 있는 나를 부러워했을까?

박산호 작가님의 어머니가, 박산호 작가님이 딸에게 내색하지 않듯이 엄마도 아무 말을 안 한다. 그래서 잘 모르지만, 모두 같은 마음이 아닐까?

내 아이만큼은 나보다는 잘 살길.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길."


2인 가족이어도 생각보다 잘 살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정상가족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세상이 기대하는 모습의 가족이 정상가족이라고 나온다.

2인 가족인 박산호 작가님이 이러한 단어를 꺼냈다. 

무엇이라 강력하게 지시하진 않지만 어떤 뜻인지 잘 아는 기분이다.

"정상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생각보다 잘 살고 있다."

2인 가족이지만 어느 가족처럼 지지고 볶고 살다가도 즐겁게 일상을 보낸다.

말 꼬투리를 잡다가 진탕 싸워도 서로 물려나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며 보듬는다.

세상에는 다양한 가족들이 있다. 박산호 작가님과 따님도 그 중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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