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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의 거울
호은 리베라타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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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마지막에 가서야 이해한 소설은 처음이었다.
처음에 우주가 나오고 실리라는 존재가 중요하다는 말에 "오, 실리라는 존재가 우주를 구하는 이야기구나. 과연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하네."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더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실리의 탄생은 나오지만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남자인 줄 알았는데 여자였다. 읽으면서 혼돈으로 머리가 가득 차는 줄 알았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군상극인지 옴니버스인지 알 수 없던 그 때, 실리의 거울이 생각났다.
이 소설의 중심에는 나프타와 거울이 있다.
나프타는 인간보다 높은 상위 차원의 존재로서 우주를 관리하는 일을 맡은 강력한 존재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거울을 통해 담당하고 있는 우주(계)를 관리한다.
거울에는 우주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나프타 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다.
나프타의 역량이 부족하면 완전한 의미로 정보를 해석할 수 없으며 자신을 해치게 된다.
나프타 중에 최상위 존재가 리옴탄 무이다.
리옴탄 무가 영원한 잠에 맞이했지만 후계자로 점찍은 이들은 모두 거울을 다스리지 못 해 떠났다. 그래서 아마도 실리가 새로운 관리자가 되어 거울을 활용하는 것 같다.
실리는 리옴탄이 우주의 조화를 맞추기 위해 특별하게 선택한 아이이다.
인간에게서 태어났지만 인간이 아닌 상위의 존재, 즉 나프타이다.
단번에 우주의 조화를 맞출 만큼 찬란한 빛을 지닌 실리라면 거울을 완전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설상가상으로 새로운 관리자가 될 후계자까지 떠난 상황에서는 더욱이.
인종과 언어 그리고 문화가 다양하고 각 이야기마다 화자와 상황이 다른 전개도 이해가 된다.
실리가 거울을 통해 모두와 관련된 정보를 인물마다 시간순으로 태초의 시작부터 그 끝까지 보고 있다고 하면, 흐름이 다른 이야기들이 서로 혼재된 것도 이해가 된다.
또한 직접적으로 실리의 탄생 이후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확신은 커져간다.
그러면 실리의 거울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서양과 동양,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137계와 108계는 각각 우주의 나이와 불교에서는 번뇌를, 자연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시각과 자연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시각은 전통적인 서양과 동양의 시각을 보여준다.
자연은 인간에게 있어 공포의 존재이자 존중해야 하는 존재이면서 이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대해진다. 동시에 인간은 자연을 이용하면서도 어떠한 일도 할 수 없는 존재이면서 자연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
우리는 실리의 거울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에 대해 보고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