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각자의 정류장 -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버스 노선 106번과 사람 이야기
남지현 외 지음 / 뭉클스토리 / 2020년 12월
평점 :

나는 비서울 도시권에 거주하며 버스라면 진저리가 난 상태에 있었다.
배차 간격은 1시간에 1~2대, 노선 번호는 없고 행선지를 보고 타며, 저녁 7시면 막차가 끊기는 곳에 살다보니 버스는 진절머리가 난다.
또 대면 시험 때문에 3~4시간은 기본인 시외버스만 타다 보니 버스만 타면 지친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나에겐 지루하고 땀으로 흠뻑 젖어 힘든 시간을 주는 버스가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기억일 수도 있다는 <각자의 정류장>이 새로웠다.
(106번 노선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버스 노선으로, 의정부 차고에서 출발해서, 혜화동 로터리를 기준으로 하행선은 서울대병원과 창경궁행, 상행선은 대학로로 간다.)[맨 첫장 문장]
우리는 드라마에서 고된 삶에 지친 주인공이 하루를 곱씨는 장소로, 애뜻한 두 연인이 사랑을 나누는 장소로 버스를 많이 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각자의 정류장>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는 버스 자체보다 버스가 데려다주는 장소에 있다.
106번 노선에 있는 광장시장~창경궁은 누군가에게 삶의 터전이자 마음아픈 장소이자 삶이 다시 시작되는 다면적인 장소가 된다. 어떤 사람의 눈으로 보냐에 따라 이는 다르다.
우리가 주인공에 집중해서 볼 수 없었던 평범한 일상을 풀어내고, 이들이 모여 역사가 된다. 꼭 이름을 남겨야만 역사가 되는게 아니다. 우리들의 일상이 모여서 평범한 역사가 될 수 있다. <각자의 정류장>은 우리가 역사라 이름 붙인 시대 아래 이야기를 풀어낸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라고 하면 경제개발부터 생각난다.
1970년~80년대, IMF 시기, 월드컵이 있던 2002년도 그리고 연도를 알 수 없는 현재가 이 소설의 배경이 된다. 6개의 이야기는 시대마다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공존하는 묘한 상태에 있다. 예를 들어 두 번째 정류장, 마로니에 공원에서 나왔거나(언급만 된) 인물이 마지막 정류장, 창경궁에서 문화해설사로 나온다던가...
추측이긴 하지만 <각자의 정류장>은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님, 사랑하는 존재를 위한다고 생각했지만 손을 쓸 수 없었던 사람들, 한순간의 계기로 새로운 관계를 쌓는 인연들. 작가님들의 꼼꼼한 조사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야기들은 현실에서 왔기 때문에 진자 우리들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