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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대본집 1
김규원.강철규.김가영 지음 / 호우야 / 2020년 10월
평점 :

엄마와 함께 앨리스를 볼 때 든 의문이 있다.
"엄마, 박진겸은 어떤 의미로 윤태이를 대하는거야?"
"모성을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감정인지 아직은 모르겠다."
박진겸은 어떤 마음으로 윤태이를 대하는가?
처음에는 모성에 대한 갈구라고 생각했다.
고등학생이 30대가 될 정도로 긴 시간 진겸은 견디었다.
엄마가 모든 세상이었을 이에게 엄마와 똑같이 생긴 윤태이는 어떤 존재였을까?
초반까지만 해도 진겸은 태이에게 엄마의 모습을 투사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결말에서 진겸이 태이를 기억한다는 점과 태이는 엄마와 다름을 알고 있단 점에서 그렇다.
태이가 선영과는 다른 존재임을 알고 진겸은 다르게 대하기 시작했다.
그 변화가 대본에 있어서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진겸과 태이 둘다 앨리스라고 생각한다.
진겸은 시간여행이라는 이상한 나라에 들어갔다 다시 원래 일상으로 돌아왔단 점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다. 또한 미래의 자신이라는 붉은 여왕이 조언을 남기며, 그와 싸워서 자신이 바라던 세계로 온다는 점에서 거울나라의 앨리스 같다.
태이는 당돌하고 호기심이 많은 성격에서 앨리스와 비슷하고, 그 또한 시간여행이라는 이상한 나라를 통해서 자신이 바라던 세계로 돌아왔단 점에서 앨리스이다.
정말 앨리스라는 제목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전에는 대본을 사서 읽는 주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빠져든 대상은 대본을 통해서 구현된 드라마이다.
좋아하는 대상은 영상인데 왜 글에도 관심을 갖는지 의문이었다.
이번에 앨리스 대본집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대본집을 읽는 순간 머릿속에서 드라마가 재생된다.
마치 드라마 오디오 클립을 들으면 그 상황이 똑같이 재현되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