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하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미등록자>와 <녹나무의 파수꾼>을 읽은 사람은 안다.

작가님이 공학도이며 날카로운 성찰을 하는 사실을 말이다.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은 <미등록자>에서 보여주었던 공학도의 면모와

<녹나무의 파수꾼>에서 풀어냈던 사회와 인간에 대한 성찰이 오묘하게 섞였다.


당신은 진짜 이과계 사람인가? : 이과계 살인사건

나는 어느날 서점에서 두꺼운 과학 소설을 만났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과인으로서 반박을 하기도 하고 이해하기 못하기도 한다.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수상한 사람들이 오고 잡혀가는데... 왜 나는 잡혀가야 했을까?

어설프게 아는 지식으로 오만한 이과인에게 날리는 작가님의 비수였다.

과학은 지식만 안다고 알고 있다고 말 할 수 없다.

과학은 암기를 하고 이해를 통해 기존에 습득한 암기를 깨부수는 과정이다.

예를 들면 물은 이온화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배우지만 사실은 아니다.

고등학교 화학2에서 물은 아주 적은 비율이지만 자연적으로 이온화 상태로 존재한다.

과학 지식은 유동적이다. 알고 있는 지식도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지식 뿐만 아니라 과학적 사고과정도 가지고 있어야 

진정한 이과계 사람이라고 작가는 질문한다.

실제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은 공학도이고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어설픈 지식을 가지고 과학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사이비 이과계 사람이라면?

우리들은 진짜 이과계 사람일까?


진짜 독서를 했는가? :  독서 기계 살인사건

비평가 몬마에게 방문 판매원이 찾아왔다. 여느 때처럼 거부하지만 솔깃한 제안에 수용한다.

바로 비평을 써주는 쇼횩스 기계 때문이다. 몬마는 책이 줄어들지 않는 비평가이다.

일에 치여 사는 그에게 비평을 자동으로 써주는 쇼횩스 기계는 도움이 된다.

다른 비평가와 심사위원도 쇼횩스를 사용하면서 문제는 시작된다.

이 소설에서 죽은 사람은 소설 속 등장인물뿐이다. 살인사건치고는 싱겁다.

죽은 대상이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죽은 대상은 인간의 능력이라 생각했던 독서, 요약, 비평 능력이다.

책을 분석해서 요약하고 글을 쓰는 쇼횩스는 인공지능과 같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성을 대신하는 상황을 표현한 듯 

쇼횩스가 그려내는 현실은 쓴맛만 난다.

쇼횩스 판매원인 요미는 말한다.

여유롭게 독서를 하는 사람은 없다고, 책을 읽었다는 실적만을 원할 뿐이라고.

책을 읽지 않는, 책을 읽는 현대인 모두에게 던지는 작가의 날카로운 질문이 아닐까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은 공학도로서 깊은 지식을 글에 녹여서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우리가 그의 글을 읽고 반응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이 책은 감동 대신에 성찰과 사색을 남긴다.

언제 와도 이상할 게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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