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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종에 대하여 외 - 수상록 선집 ㅣ 고전의세계 리커버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지음, 고봉만 옮김 / 책세상 / 2020년 10월
평점 :


이공대생인 나의 입장에서 각주가 없었다면 이해하기 힘든 책이었다.
전반적으로 몽테뉴의 글은 이공대생의 입장에서 필요 이상으로 예시와 사례 그리고 고대 철학자들의 견해가 많다. 숫자와 표로 이루어진 글만 보다가 읽은 수상록 선집은 죽을 맛이었다.
그러나 이는 독자인 나의 배경지식 부족이 문제였다.
당시 시대적 상황과 그가 유럽 귀족 남성이란 점을 비추어 볼 때 그의 글은 정상이다 못해 좋은 글이다.
몽테뉴는 스스로 살펴보고 검토하며 사고를 가꾸던 사람이다.
실제로 책의 초반부부터 신대륙의 야만스러운 풍습을 이성이 아닌 비교의 척도에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유럽인도 식인 풍습 못지 않게 잔인한 행동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몽테뉴가 예시로 든 포르투갈인의 포루 처형 방식과 신대륙 황금 착취 현상만 봐도 유럽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스스로도 잔인한 행동을 하면서 신대륙 주민들의 잔인한 행동에 대해 뭐라 말 할 수 없다는 몽테뉴의 견해는 새로웠다.
그러나 그도 유럽 귀족 남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않았다.
글에서 많다 싶을 정도의 역사적 사료와 고대 철학자들의 견해는 각주가 없었으면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당시 글을 읽는 계층이 귀족이며, 고대 철학과 역사를 기본 소양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몽테뉴에게 당연한 구성이었을 것이다.

위의 글에서만 3명의 학자와 꽤 높은 수준의 배경지식을 요하는 단어가 있다.
물론 해체를 통해서 이 또한 몽테뉴의 의도였단 사실을 알았다.
몽테뉴는 자신을 비롯한 유럽인들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검토하고 있다.
그래서 어설프게 주장과 근거를 들었다가는 출판이 되었을 때 후폭풍을 막기 힘들었을 것이다.
스스로 열린 사고와 다양성의 포용을 주장하기 위해서
그는 막대한 역사적 사료(황제, 군주 등)와 고대철학자들의 견해를 빌려올 수 밖에 없었다.
몽테뉴 글 특유의 구조는 그가 유럽 귀족 남성임을, 익숙한 학자임을 나타내지만
스스로를 포함하는 유럽인에 대해 꼬집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