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필요할 때 수필 한 편
오덕렬 지음 / 풍백미디어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변에서 독서를 할 것이면 다독, 속독을 하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디지털 시대에 맞추어서 빨리 읽으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리포트를 위해 참고자료를 읽어도, 과제 마감을 위해서만 읽는다는 생각에

필요한 내용을 뽑아내기 바빴다.

독서토론 모임을 할 때도 길게 1권을 보기보다 한 번에 여러권을 읽거나

하루에 3~4권을 읽는 등 정독은 할 지언정 속독을 했다.

속독을 하면서 지식은 쌓였지만 마음은 텅 빈 듯한 느낌이 있었다.


<힐링이 필요할 때 수필 한 편>의 일러두기는 인상적이었다.

하루에 한 편 씩만 아껴서 읽으라니 기존의 흐름과는 다른 책이었다.

수필도 짧은 경험이라는 점에서 빨리 읽어도 문제가 없지 않나?

이런 생각도 했다.

작가님이 책을 읽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만큼 실천을 하기로 했다.

짧은 글이었지만 아껴 읽으라는 의미를 이해했다.


첫 수필은 모자도이다.(어머니와 아들을 그린 그림이란 뜻이다.)

마을 어귀에 있는 노송과 바위를 고독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뛰쳐나온 나에게 어머니가 해준 일

그리고 멀찍이 고독이에서 나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 

음미할 거리가 많았다.

처음으로 본 부모님의 무력한 모습

부모님도 모르는 일들이 있다는 사실

어느 순간 부모님보다 많이 아는 나 자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들이 이어졌다.

그때 이해했다. 하루에 한 편씩만 읽으라는 말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게 되면 깊은 곳까지 들어가서 추억들을 기억들을 불려온다.

사색에 잠기면서 감정이 정리가 되고 그 대상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감정을 공유하면서 기억이 쌓이고 수필 또한 마음에 쌓인다.


빠르게 흘려가는 디지털 시대에 1시간에 1권도 괜찮다.

그래도 가끔씩은 하루 종일 음미하면 사색을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