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함께 춤을 - 아프다고 삶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
다리아 외 지음, 조한진희(반다) 엮음, 다른몸들 기획 / 푸른숲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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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관리가 안되면 질병에 걸릴까?

생로병사의 비밀 같은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보면 내 몸을 잘 관리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준다. 그 말을 반대로 돌려보면 건강 관리를 잘 못하면 병에 걸린다는 의미가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이해하는 것 같다. 특히 후천적 질병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특히나 자기 관리 못한 사람이라는 시선을 보낸다.


<질병과 함께 춤을>에는 평생 질병과 함께 아픈 몸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네 명의 여성들이 겪는 삶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아픈 것도 힘든데, 좀 더 자기 관리를 잘하지 어쩌다 그렇게까지 되었냐는 시선을 받을 때 힘이든다고 고백했다. 그런 시선이 힘들어 정상인처럼 살아가려 노력하다보면 과부하가 걸린다. 쉬어가지 않으면 다시 나아갈수 없어서 잠시라도 쉬면 꾀병부린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대부분의사람들은 아픈 사람들의 상태도 정상인 자신의 몸을 기준으로 판단하다보니 몸 아픈 이들의 마음에도 상처를 내어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알아할 사실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건강한 몸이 신화에 가깝다는 것이다. 아픈 여성들이 책을 쓸 수 있게 도왔던 '조한진희'는 이러한 것은 모두 미디어와 사회가 주입한 신화라고 표현했다.이런 신화를 믿으며 살다보니 몸 아픈 사람들이 차별받고 배제되고 심할때는 혐오받는 사회가 된다고 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생각보다 아픈 사람들이 많지만,일터를 중심으로 주변을 둘러보면 또 아픈 사람들이 없다. 이미 우리사회는 건강한 사람이 아니면 일을 하기도 힘든 세상이되어 있었다.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듣지 못하니 이들이 쓴 글을 통해서라도 그들의 삶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것 같다. 함께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은 공동체로 살아가는 자들이 마땅히 해야할 일이 아닐까.


책을 읽으며 그들이 처한 아픔과 고통에 눈물이 났다. 삶을 포기하려던 사람도 있고 정신병자 또는 장애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죽지못해 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삶에서 아픈 사람들이 함께 모여 그들의 이야기를 꺼내놓고 위로하고 격려하기도 하고, 나아가 도전도 하고 공부도 하게한 것이 '함께하는 연대와 소통의 힘'이었음을 책을 통해 다시 깨달았다.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나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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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가격표 - 각자 다른 생명의 값과 불공정성에 대하여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 지음, 연아람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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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사고가 나면 사람의 직업에 따라 합의금이 달라진다. 가정의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입원하면 그 가정이 힘들어지니 합의금이 많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대기업이나 공기업같은 곳에서 월급받는 사람은 며칠 입원하면 급여도 받고 합의금도 받는다. 반면에 공식적인 월급이 적은 일용직 노동자는 사고가 나면 월급이 줄게 된다. 주부는 특히나 공식적인 수입이 없다는 이유로 합의금이 낮게 책정되는데, 주부들이 사고를 당하면 가정이 제대로 안 돌아가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볼 때 굳이 월급에 따라 합의금이 달라진다는 것은 뭔가 불공평하게 느껴진다. 이런 나의 생각에 대해 좀 더 논리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설명해주는 책이 있다 바로 <생명가격표>. 책 표지를 보면 사람에게 가격표를 붙였다. 내게도 저런 가격표가 붙어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물건 취급당하는 기분이 찝찝해진다.


너랑 나랑 다 똑같은 사람인데 왜 우리의 합의금이 달라야되나하는 생각을 했다가 나랑 삼성의 이재용회장이 나라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니 달라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쇼윈도우에 나의 가격표와 이재용회장의 가격표가 붙어있다면 확실히 엄청난 차이가 날 것 같긴 하다. 그는 아마 나랑 다른 명품관에 배치되어 있지 않을까? 그럼 그가 정말 명품인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그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므로 뭐라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는 감옥에 다녀왔고, 나는 아무 죄가 없다. 돈의 영향력을 제외하고 생각하면 누가 명품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어쨌든 사람에게 붙은 가격표를 보니 이런 불편한 상상도 하게 되었다.


911 테러 사건때 많은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 금액은 큰 이슈였다.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명확한 보상금 책정 기준을 사람별로 만들었다. 그래서 탄생한 '생명가격표'. 피해자 보상금이 25만달러에서 700만달러로 큰 차이가 났다. 명확한 기준으로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하지만 불만은 끊이지 않았다. 그 기준이 현 소득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은퇴했거나 노동을 하지 않거나 실직, 프리랜서들의 가치는 과소평가되었고, 그러다보니 여성과 노인의 보상금 총액은 훨씬 적었다. 오히려 평등한 보상금을 지급했더라면 혼란이 덜했을것이라고 보상금 지급 정책을 만든 이가 고백을 했을 정도였다.


모든 생명의 값은 같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어쩌면 이런 생각은 이상주의나 평등주의 철학일 수도 있다.현실에 있어서 생명가격표의 존재는 어느 정도 통념으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생명가격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어떤 의도를 가졌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철저히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그렇다보니 그들은 자신의 자동차와 같은 물건이 출시될 때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비용과 사고로 인해 고소를 당해서 배상해야 할 비용을 저울질해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안전을 추구했을 것이라 믿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실제로 포드사는 새 자동차 출시 즈음에 규제가 바뀌려하자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비용편익분석 제도를 조작하였다.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 비용을 과대평가하였고,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조작된 생명가격표를 제시하였다. 데이터라는 것이 어떤 변수를 사용하는지 또는 어떤 설문 방식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그들이 제시한 생명가격표에는 사람의 목숨값이 낮게 책정되어 있어 규제를 지연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책의 저자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은 통계전문가라 상당히 구체적인 자료들을 예시로 설명을 했다. 그는 현실에서 생명가격표가 존재하는 곳과 생명 가격표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었고 이 방법이 가져온 결과와 한계점을 명시하였으며, 우리가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하고자 했다. 그는 공익 옹호 단체들과 소비자 감시 단체들이 비용편익분석의 상세 내용을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이제껏 무조건적으로 믿어온 기업이나 사법부등의 목숨값에 관한 판단을 재고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시의 눈초리를 가진 시민이 많아져야 그것이 힘을 만들고 이익만을 쫓으려는 사람들에게 공정성과 인권을 보호받는 환경을 요구할수 있다.


책의 내용을 정리하는 마지막 장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지만, 소중하다고 해서 가격이 매겨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명에는 매일같이, 끊임없이 가격표가 부여된다. 생명가격표는 대개 불공정하다. 생명에 가격이 매겨질 때, 우리는 반드시 그 가격표가 공정하게 매겨지도록, 그래서 인권과 생명이 언제나 보호되도록 애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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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전환 프로젝트 - 무엇이 당신을 당신답게 만드는가
대니얼 M. 케이블 지음, 박여진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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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생 전환 프로젝트>라는 책을 읽고 나서 한마디로 요약하면 '하이라이트 릴(highlight reel)'이다. 내 인생의 가장 빛났던 시기를 생각하고 나의 강점을 알아내어 나를 최대한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단점에 신경을 쓰고 그 영역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를 쓴다. 이러한 비판적인 자기 평가는 인간의 본능이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단점을 교정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장점을 잘 이용해서 더 뛰어난 최고의 나를 끌어내었다.


야구 경기에서 홈런을 치면 그 멋진 광경을 다시 보여준다. 축구 시합에서 특히 국가 대표의 골은 몇 번이고 하이라이트 릴이 된다. 다시 봐도 멋지고 감탄하게 되는 장면은 나의 인생에서도 있다. 다만 잊고 살 뿐이다. 인생 전환 프로젝트는 나의 가장 빛났던 순간을 기억하게 함으로써 그 정신적 행복감을 다시 체험하게 하고, 나의 강점을 찾아내고 훈련하여 더 성장하고, 궁극적으로는 내가 속한 사회와 소중한 사람들에게 최고의 영향력을 미치게 하는 것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프로젝트'다. 그냥 읽고 이해만 하는 책은 아니다. 차근차근 나의 강점을 찾아갈 수 있는 3단계 훈련법을 제시한다. 아무래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 뜻 맞는 사람과 함께 이 책의 훈련법을 따르는 것도 유용할 것 같다. 훈련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강점 혁명"의 경험은 다음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나의 가장 빛나던 순간에 대한 나의 기억을 그냥 단순히 '행복하다' 와 같은 감정을 나타내는 말이 아닌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도입, 전개, 결과가 있는 스토리로 된 Short movie로 만들어 기억해야 한다. 뇌는 어떤 개념을 이미지와 서로 연관시키며 활성화된다. 코카콜라 하면 짜릿함과 함께 빨간색이 생각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나의 하이라이트릴을 떠올리며 끈기, 친절함과 같은 나의 강점을 연관시켜 생각하면 나의 뇌가 이것으로 자기개념을 활성화한다. 이런 뇌의 과정은 미래에 그런 방식으로 행동할 가능성을 높인다. 즉, 머릿속에서 자기개념과 최고의 행동 사이의 신경 연결을 강화함으로써 더 나은 변화로 나아가는 준비를 하게 하는 것이다.


최고의 나의 특성을 찾아내는데 한몫하는 것이 "행복 충격"이다. 행복이 넘쳐 충격이 된다는 표현은 참 마음에 드는데, 사람은 어떻게 행복으로 충격을 느낄 수 있을까? 지인들에게 자신이 느끼는 그들의 강점에 관해 글을 쓰고 그들에게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에 관해 글을 써 달라고 부탁한다. 물론 그런 부탁을 하는 것이 부끄러울 수도 있지만, 많은 참가자들을 관찰해 본 결과 대부분의 지인들은 즐겁게 그 글을 써 주었다고 한다. 2주 동안 매일 한 사람씩에게 요청의 글을 쓰고, 그들에게 답장을 받으면 그 글을 읽지 않고 모아둔다. 마지막 답장이 오면 조용한 곳에 가서 그 글을 한꺼번에 읽으면 내가 정말 이런 장점이 있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고, 그 순간 "행복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긍정적 트라우마가 형성되는 것이다.


지인들로부터 받은 글들을 살펴보면 나의 특성으로 묘사되는 단어들이 나온다. 그 단어들을 분석하여 자신의 강점을 찾을 수 있다. 강점을 알게 되면 그것들을 활용하여 나의 일하는 습관에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강점 하나씩을 더 강화하는 습관 형성 계획을 잡고, 최소한 66일 그 일을 진행한다. 그러면 강점이 강화된 새로운 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표 강점이 창의력이라면 시나리오, 그림, 미술 작업, 작곡 등을 위해 시간을 마련하여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하고 확장할 기회를 가지고 자신을 표현해보는 것이다, 대표 감정이 낙천적인 성격이라면 그런 성향을 공유할 활동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능력이 대표 감정이라면 출퇴근길에 시간이 더 걸려도 아름다운 길을 택하여 다녀본다. 그리고 산책이나 자연 탐구하는 시간, 전시회 등을 위해 시간을 따로 확보하는 것이 좋다. 즉, 강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에게만 있는 그 특별한 강점에 확신을 가질 때, 인생 최고의 순간을 떠올릴 때 비로소 에너지가 생긴다. 삶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고 최고의 모습이 되는 데 필요한 회복력이 생긴다. 이 긍정적 방식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 대표 강점을 사용할 새로운 방법을 단련하고 숙지했다면 이제 다음갈 길을 찾아야 한다. 역량을 발휘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바로 이것이 특별한 삶을 사는 방법이다.잘할 수 있는 바로 그 일을 하면서 더 충만한 삶, 더 나은 삶을 일구기 시작해야 한다. p297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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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을 넘어 보편적 기본서비스로!
안나 쿠트.앤드루 퍼시 지음, 김은경 옮김 / 클라우드나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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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이 핫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이유는 소득 불균형의 심화 때문이다. 아마존과 같은 자본가는 그들의 자본을 이용하고, 새로운 AI를 이용하여 더 쉽게 그리고 더 많이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제도가 아무리 보강되어도 가난한 사람들의 통장에 입금될 수 있는 소득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엄청나게 많은 돈을 자본가들은 번다. AI가 사람들의 일을 점점 더 빼앗아가고, 그런 로봇을 소유하여 쉽게 이익을 창출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부를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이 기본 소득의 이론의 근원에 있고, 상당히 설득력 있다.


하지만, 현금을 주는 기본 소득보다 보편적 기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심화되는 불평등의 확대에 실질적 도움을 준다는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현금보다 현물이 더 좋다는 주장은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했고, 저자 안나쿠트와 앤드루 퍼시의 생각이 듣고 싶어서 책을 폈다.







먼저 그들이 주장하는 보편적 기본 서비스가 무엇일까? 책에 있는 정의는 이렇다. '사람들이 자신이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나 없나에 상관하지 않고 자신이 필요한 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필수적인 서비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의료보험과 무상 교육이다. 우리나라나 영국, 캐나다 같은 나라는 국민이 아프면 큰돈 걱정 없이 병원에 다녀올 수 있다. 하지만 극자본주의인 미국은 의사를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몇 십만 원의 돈이 들고, 맹장 수술 때문에 집이 파산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수준의 직장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사람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료보험이 없으므로 해고가 된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아프면 재정적 어려움이 큰 부담이 된다. 노년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질병인데, 아플 때 맘껏 병원을 갈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가장 잘 사는 나라 미국은 어찌 보면 가장 모순적인 국가인지도 모른다.


미국인에게 기본 소득을 준다고 가정해보자. 그 돈으로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료를 시장경제에 맡겨둔 채로 기본 소득을 주면, 오히려 의료 서비스의 수가만 올라가고 극빈자는 더 힘들어진다. 반면에 의료 서비스를 보편적 기본 서비스로 정착 시키는데 돈을 사용하면 소득이 적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빈곤층이 의료나 교육과 같은 필수 서비스를 직접 구매할 때 소득의 3/4을 써야 하지만, 서비스로 제공되면 소득 불평등을 20% 이상 축소시킬 수 있다는 통계가 있다. 가본 서비스 제공은 사회의 위험과 취약성이 누적되지 않게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현금으로 지불되는 기본 소득보다 보편적 기본 서비스가 훨씬 더 혜택이 많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의료보험과 교육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기회이고 권리다. 보편 서비스가 확대되어야 할 분야는 돌봄과 교통, 통신 분야다. 돌봄을 고려해보면 점점 늘어나는 고령층으로 인해 노인 돌봄이 확대되어야 할 것 같다. 현재 중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부모를 돌보아야 하고 동시에 자신의 길어진 수명으로 인한 삶도 준비해야 해서 삶이 고단하다. 노령층과 장애인들에 대한 돌봄 서비스가 더 확대된다면 몇 십만 원씩 뿌리는 듯한 선심성 현금보다 훨씬 의미 있을 것 같다. 노인 돌봄을 사회가 함께 연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민 개개인의 삶을 더 안락하게 해 줄 것이다.


교통이 보편적 기본 서비스가 된다면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중교통이 기본적으로 제공된다면 시골에 살아도 일자리를 찾는 것이 더 수월해져서 개인 소득이 증가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지방 소멸의 두려움에 처해 있는 지금 상황에서 지방의 경기가 좀 더 활기차게 변하고 상업도 활성화될 것이다. 도시에 사는 노인에게만 지하철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대중교통을 공짜로 탈 수 있게 해 준다면 삶의 질이 높아질 것 같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농어촌 지역을 가보면 인터넷과 데이터로 불편한 적이 많다. 이름만 보편적 서비스인 인터넷 설치는 불가능한 지역이 의외로 많아서 몇 백만 원씩 설치비를 내고 인터넷을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같이 온라인이 대세가 되는 시대에 인터넷 사용이 불가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뿐만 아니라 한 가정에 통신비 지출이 엄청나다. 디지털 시대에 극빈자는 온라인에 더 노출되기 힘든 또 다른 불평등을 경험하고 있다. 국가가 보편적 기본 서비스를 통신 영역까지 확대해 준다면, 우리의 지출 중 매달 나가는 큰 지출이 없어지니 기분이 가벼워질 것 같다. 데이터를 아끼느라 싼 요금 찾기로 고생할 필요 없이 전국 어디에서나 데이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참으로 멋질 것 같다. 산골에 사는 조손 가정의 자녀도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온라인을 통해 마음껏 배울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으니 확실히 현금 소득보다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기본 소득에 긍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장을 보니 지금은 오히려 보편적 기본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이 불평등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더 이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보편적 기본 서비스는 장기적 프로젝트라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빠른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건강보험만 해도 오랜 기간 동안 수정되고 보완되었고 여전히 진화하고 있어서 정치인들의 업적으로 사용될 수가 없다. 반면에 기본 소득이나 현금 지원은 눈앞에 돈이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하여 그런 결정을 한 정치가를 선호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정치인들이 좀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다양하고 폭넓은 리서치와 토론을 통해 보편적 서비스에 좀 더 눈을 돌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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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증인 - 40년간 법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연약함과 참됨에 관한 이야기
윤재윤 지음 / 나무생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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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을 기억하는 작가의 직업은 법조인이다. 판사와 변호사로 살아온 그가 바라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잊을 수 없는 증인>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잘 모르는 사건이지만 꼭 알려야 할 것 같은 사건들에 관한 내용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죄와 법에 관한 리얼 스토리를 기대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책을 펴고 읽어보니 외부적 관점보다는 죄와 관련된 사람들의 내면을 바라보며 인간의 본성에 관한 내용이 주된 것이었다. 물론 죄를 지은 사람과 증인의 이야기도 있지만, 저자의 인간에 대한 깊은 숙고와 통찰의 고백이 너무도 와닿아서 책읽기를 끝내고 싶지 않을정도였다.

판사로서 사람들을 만나온 작가는 인간의 양면성에 관해 많이 생각해왔다. 인간은 누구나 강함과 약함, 유죄와 무죄, 빛과 어두움, 선함과 악함등의 양면적 특성을 내면에 가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인간은 그 양면성의 한 부분을 선택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 선택에 있어서의 방향이 삶의 향상을 위한 것일 때 이상과 가치에 의미를 두고 자기 의미와 성장을 고려하여, 비틀거리더라도 그 길을 향해 고집스럽게 걸어가게 된다. 반면에 삶의 향상을 포기하는자는 무의미하거나 자기 폐쇄적이거나 쾌락의 방향을 향해 가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인간이 잘못된 선택을 했을지라도 다시 사죄하고 다른편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런 선택을 할 수 있기에 인간은 존엄한 존재다. 저자는 세 명의 사형수가 사형 집행이 되는 순간을 보고 인간의 존엄에 대해 숙고했다. 죽음을 앞둔 공포감속에서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죄하며, 심지어는 할렐루야를 외치며 하나님의 나라에 먼저 가게 되는 기쁨을 전한 사람도 있다는 것에 저자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다. 그들은 사형을 받을만큼 큰 죄를 저질렀으나, 마지막 순간에 사죄하고, 감사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주었다. 그는 귀하고 존엄한 인간이 같은 인간에 의해 법의 이름으로 생명을 빼앗겼다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깝다고 했다. 그들의 죄는 그들이 존엄하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라고 했다.


유대인 랍비는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사람은 두 개의 돌을 갖고 있어야 한다. 때에 따라 필요한 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오른쪽 돌에는 '세상은 나를 위해 창조되었다'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고 왼쪽 돌에는 '나는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새겨져 있다." 오른쪽 돌은 세상과 나의 근본 관계에서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고 권리자라는 것이다. 나는 왕이자 주인공이므로 세상에 당당해지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해야한다는 관점을 지지해준다.

왼쪽돌은 나자신의 본질을 일깨워준다. 모든 사람은 흙으로 빚어졌으므로 서로 다투고 상처낼 필요가 없다. 이 말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내 삶의 향상을 위해 용기가 필요할 때는 오른쪽 돌을 보고, 내 삶이 너무 자기 중심적이거나 잊지 못할 실수를 했을 때는 왼쪽 돌을 보며 한계를 받아들여야 된다는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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