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판 붙자, 맞춤법! - 현장 실무자를 위한 어문규범의 이해 뿌리와이파리 한글날
변정수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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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반쯤 누운듯 앉아서 보다가 점점 허리를 곧게 세우고는 마침내 책상앞에서 읽고있는 책. 글을 마주하며 겪게되는 곤란한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들을 설명해주십니다. 조곤조곤. 읽고있는 중이라 아직 자세한 리뷰는 ...

실제로 원고 교열의 완성도를 가름하는 ‘전문성‘은 원고를 장악하는 힘에 달려 있습니다.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하더라도 애당초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를 정확히 소화해 내지 못한 채로 그것을 독자들이 더 알기 쉽게 다듬어 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나도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는 말을 다른 사람에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재주를 가진 사람은 이 세상에 없으니까요.
그러나 차라리 아예 모르겠다면 의외로 피해가 그리 크지 않습 니다. 성실하기만 하다면 얼마든지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고 확인할 수라도 있고, 정 모르겠으면 저자가 쓴 그대로를 훼손하지않으면 그만이니까요. 실은 "대충 뭔 소린지는 알겠다"는 경우가 가장 위험합니다. 그래서 원고의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표현을 두고 굳이 ‘장악‘이라는 좀 위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개념을 끌어들인 것입니다.

원고를 ‘장악‘ 한다는 건, 단순히 저자가 그 원고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기조와 요지를 이해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과장을 좀 섞어 심하게 말하면, 원고를 구성하는 문장 하나, 단어하나, 토씨 하나, 심지어 문장 부호 하나까지도, 왜 그 문장이, 왜그 단어가, 왜 그 글자가, 왜 그 부호가 다른 자리가 아닌 하필 그 자리에 다른 형태가 아닌 바로 그 형태로 놓여 있는지를 그 원고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납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야만 쉼표 하나조차도 왜 빼는 것보다 넣는 게 나은지(혹은 반대로 넣는 것보다 빼는 게 나은지), 왜 이 단어보다 저 단어가 더 나은지, 문장 구성이 왜 이것보다 저게 더 나은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어문규범이나 문법적 지식으로 판단하는 게 결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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