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사
예브게니 보돌라스킨 지음, 승주연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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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예브게니 보들라스킨은 언어학과 러시아 고전문학을 전공한 1964년 출생의 '러시아의 움베르트 에코'라 불리우는 러시아 현대 문학 거장 중 한명. 등장인물의 러시아식 이름들이 어려워, 처음엔 이름들과 서사과정을 메모하며 읽다가 흐름을 타고 500쪽의 장편소설의 책장을 찬찬히 넘기며 20세기 길고 긴 러시아 대륙 횡단 열차에 안전히 탑승한 책.

주인공의 잃어버린 기억과 1900년대와 1999년의 개인 서사를 중심으로 기억을 되찾는 자기 복원의 중심 이야기를 다루고있지만 읽다보면 그 개인의 플롯이, 결국 20세기 세계 정세의 역사와 맞물려 굵직한 러시아의 사건들과 세세한 역사적 인물사에 새롭게 매료된다. 분명 장편소설, 읽고나면 역사책 같은.

500쪽이 넘는 장편소설, 그 안의 촘촘한 러시아의 숨은 역사들. 인물의 이름들이 길고 낯설고 긴 호흡으로 읽어야하는 존재론적 서사와 은유들이 가득해서 사실 빨리 읽히거나 쉬운 책은 아니지만, 차분히 책 안으로 걸어들어가 진득히 읽다보면 어느새 러시아 연대기를 읽게되는 횡단열차를 탑승하게 된다. 귀한 러시아 현대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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