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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 황금가지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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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기 전에 읽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여성학 교재로 쓰인다는 말도 들었고 여자들은 환영하는 책인데 반해 남자들은 재미없다는 평가를 받는다고도 했다.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고 기대를 가지고 책을 펼쳤다. 그러나 나는 기대만큼 재미있지도 않았고 통쾌함을 느낄 수도 없었다. 오히려 이런 극단적인 역할 뒤집기로 여성의 처지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 '우리 이렇게 불리하게 살고 있어요!' 라고 절규하는 모습과 겹쳐져 씁쓸한 마음이 컸다. 그런 상황설정을 기본으로 하는 스토리여서 그런지 어색한 점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 어색함이란 여성이 차별 받는데 익숙해진 현실의 상황 때문에, 전도된 소설 속의 설정이 -있을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낯설어서 였을 것이다. 지금 세상이 어떤지 깨닫지 못한 채 기득권 위에서 이 책이 재미없다고 폄하하는 남자들을 보는 씁쓸함은 책을 읽으면서 느낀 씁쓸함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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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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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동안 책을 읽어 본 우리나라 작가의 글 중에서, 이번에 읽은 '자전거 여행'에서의 김훈 만큼 우리말을 따뜻하고 섬세하고 정감 있게 구사하는 문필가는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만큼 김훈은 아름다운 문장을 풀어낸다. 우리나라 곳곳을 자전거로 누비는 그의 여정을 그의 언어로 들으면서 따라가다 보면, 그의 자전거 바퀴와 내가 하나되어 땅을 밟고 지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자전거는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기차 여행이나 자동차 여행이 아닌, 자전거 여행이라는 것부터가 자연에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에 닿아있다. 자전거 바퀴가 땅의 굴곡을 느낄 때마다 내 몸도 땅의 모양을 따라 흔들리는 것 같다. 아름다운 한글의 표현을 감상하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잡아보기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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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cat의 혼자놀기
권윤주 글, 그림 / 열린책들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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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친구의 소개로 snowcat의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때는 '어떻게 이렇게 혼자 잘 노는(?) 백수가 다 있나?' 하고 생각했다. snowcat은 재미있다. 가끔 뜨끔할 정도로 정곡을 콕 찌르기도 하고, 피식피식 웃음이 나게도 만든다. 즐거운 마음으로 이곳저곳 기웃거려 보았고, 보통의 인터넷 만화를 보면서 느끼는 비현실성과 온라인, 그 안에만 존재하는 세계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snowcat의 생각하는 방식이 나와 몹시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곧 snowcat 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내 주변에도 nowcat을 좋아하는 캐릭터라며 손가락 안에 꼽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현대를 공유하는 우리네의 삶의 외로움과 고립성에 다들 얼마간 공감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한 번 더 웃음이 난다. 인터넷에서만 보던 캐릭터를 서점에서 만났을 때의 반가움이란! 나의 모습, 그건 바로 snowcat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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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다니엘
세르지오 밤바렌 지음, 채운정 옮김 / 시공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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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꿈'에서 주인공 갈매기인 조나단은 최고 속도의 스피드를 꿈꾸며, 생존을 위해 나는 여느 갈매기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꿈을 위해 날개짓을 한다. 유사하게 돌고래 다니엘은 완벽한 파도를 타고 싶어한다. 첫 장을 열었을 때부터, 갈매기의 꿈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갈매기의 꿈'의 아류작일 뿐인가 싶어서 실망하고 있던 찰나에 '갈매기의 꿈'과 다른 점이 발견되었는데, 그것은 돌고래의 여정에 인간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나중에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를 위해 어떤 역할로 등장하는 지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주제와 소재의 유사성 때문에 '갈매기의 꿈'을 먼저 읽은 독자에게 감동이 반감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꿈이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때에만 가치가 있다.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을 꿈이라 부르지 않고 안일하게 대할 수 있을 만큼 가벼운 성질의 것을 꿈이라 하지 않는다. 꿈을 잃지 않고 산다는 것, 많은 사람들에 떠밀려 생각 없이 흘러가는 현재의 생활, 오랜만에 이런 것들에 대해 성찰할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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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령공주 1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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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령공주라는 작품을 통해서 내가 느낀 것은 두 가지이다. 우선 남녀 성역할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다. 원령공주인 '산'은 보통 남성적이라고 생각하는 거칠고 야성적인 인물이고, 총탄을 만드는 제철소를 운영하는 '에보시'와 공원들 역시 여자이다. 시대적 배경이 현재보다 덜 개방적이었을 막부 시대 혼란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설정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이 작품은 캐릭터에서부터 귀엽고 섹시한 일본만화의 여자캐릭터에 익숙한 눈을 고쳐 뜨게 한다.

그러나 작품 전체에서 궁극적으로 말하려 했던 주제는 자연과 과학문명의 공존이었다. 산을 깎아 인간이 살 수 있는 옥토를 넓히려는 '에보시' 일당과 그 산을 지키려는 신들과 '산', 그들의 중개자로서 나타난 아시타카, 세 인물은 결말에서 각자 자기의 위치를 고수하면서 치우치지 않고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저 자연을 아끼고 산과 신들의 승리로 끝났다면 과학은 발전시키지 말고 과거로 돌아가자는 식의 퇴보적인 결론이 나왔겠지만, 현실성 있게 공존하는 모습을 지향한다. 또 사슴신이 목을 돌려 받으며 파괴된 자연을 되살려 주는 장면에서 인간의 실수에 대한 자연의 관용을 보여줌으로 해서 자연이 존중받을 수 있게 한 것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같은 제목의 애니메이션도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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