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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령공주 1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9월
평점 :
품절
원령공주라는 작품을 통해서 내가 느낀 것은 두 가지이다. 우선 남녀 성역할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다. 원령공주인 '산'은 보통 남성적이라고 생각하는 거칠고 야성적인 인물이고, 총탄을 만드는 제철소를 운영하는 '에보시'와 공원들 역시 여자이다. 시대적 배경이 현재보다 덜 개방적이었을 막부 시대 혼란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설정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이 작품은 캐릭터에서부터 귀엽고 섹시한 일본만화의 여자캐릭터에 익숙한 눈을 고쳐 뜨게 한다.
그러나 작품 전체에서 궁극적으로 말하려 했던 주제는 자연과 과학문명의 공존이었다. 산을 깎아 인간이 살 수 있는 옥토를 넓히려는 '에보시' 일당과 그 산을 지키려는 신들과 '산', 그들의 중개자로서 나타난 아시타카, 세 인물은 결말에서 각자 자기의 위치를 고수하면서 치우치지 않고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저 자연을 아끼고 산과 신들의 승리로 끝났다면 과학은 발전시키지 말고 과거로 돌아가자는 식의 퇴보적인 결론이 나왔겠지만, 현실성 있게 공존하는 모습을 지향한다. 또 사슴신이 목을 돌려 받으며 파괴된 자연을 되살려 주는 장면에서 인간의 실수에 대한 자연의 관용을 보여줌으로 해서 자연이 존중받을 수 있게 한 것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같은 제목의 애니메이션도 훌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