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한 외로운 수학 천재 이야기 - 수학소설 골드바흐의 추측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지음, 정회성 옮김 / 생각의나무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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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도전'이라는 단어는 보통 '포기'의 반대말로, 의미상 긍정적인 단어로 사용된다. 수백년동안 풀리지 않고 전해 내려오다 몇 년 전에 풀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처럼 수학자들의 도전이 결실을 맺을 때도 있지만, '골드바흐의 추측'처럼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문제들도 많이 남아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천재 수학자의 일생을 바친 끊임없는 도전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성과가 없다. 한 사람의 일생을 바쳤지만 문제는 풀리지 않았고, 그 사람은 평생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죽은 것과 다름없는 결과가 되어버렸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이 과연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얼마나 많은 학자들이 이 풀리지 않은 수수께기를 풀어보려 애쓰고, 또 미친 사람 취급을 받으며 진리추구를 목표로 살다 떠났을까.

학문, 그 중에서도 수학처럼 현실에 참여하면 돈을 벌 길이 열려있고 이론으로 파고 들자면 한도 끝도 없는 학문을 하는 학자라면 얼마간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을 겪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아무런 갈등 없이 돈 버는 쪽을 택할 수도 있겠지만, 이론이 좋아 학문의 길을 걷기로 했던 수학자라면 현실의 유혹과 이상의 유혹 속에 어느 쪽을 선택할 지 몹시 고민이 될 법 하다.

학자로써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인상적인 소설일 것이다. 자신이 목표로 삼은 문제를 풀기 위해 헌신했던-또는 헌신하고 있을- 수많은 학자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개정판이 되면서 제목이 바뀐 것 같은데, 지금의 제목은 오히려 부제가 되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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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지음, 최영혁 옮김 / 청조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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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실린 두 이야기는 모두 '정'이라는 공통된 코드를 가지고 있다. 어렵고 안타까운 형편에 놓인 사람이 있고 그를 불쌍히 여겨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있다. 친절을 받는 사람은 친절을 베푼 사람을 감사히 여기고, 나중에 보답하고 감사한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 든 생각은 너무나 익숙하다는 것이었다. 일본과 우리네의 정서가 비슷한 탓일수도 있겠지만 그런 문화적 유사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야기는 너무나 심각하게 평면적이고, 예측가능하고, 진부하다.

어린 시절에 읽었으면 감동적이었을 것도 같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이미 주워들은 이야기가 많아서 이 소설이 조금도 새롭지 않은걸. 독자평점을 보니, 사람들은 이런 훈훈한 류의 이야기에 별점을 적게 주는 것에 어떤 도덕적인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지리만큼 '후한'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참을 수 없는 지루함에 시달렸으므로 별점을 두 개만 줘야겠다. 이 책을 보고 싶은 어른이 있다면, 차라리 'tv 동화 행복한 세상'을 보시라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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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
한젬마 지음 / 명진출판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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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실린 그림들은 미술시간에 미술책에서나 만나 보았을 법한 예술 작품으로써의 그림이다. 그렇지만 미술시간에 '추상파, 낭만파' 이렇게 중얼중얼 외우면서 그림을 감상하던 기억은 싹 지우는 게 좋다. 미술시간에 울며 겨자먹기로 감상하던 그림과 한젬마가 읽어주는 그림은 확연한 차이를 가진다. 그녀의 글은 그림을 낯설어 하는 사람들이 그림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장황한 설명이나 알아듣지 못할 어려운 전문지식은 나타나지 않는다. 아무런 준비없이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보고, 또 읽으면 된다.

작가는 에피소드나 연상되는 이미지를 통해 그림의 이해를 돕는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라디오 방송을 듣는 듯 푸근한 기분을 느꼈다. 라디오 방송을 듣다보면 진행자가 시 한 편을 읽어주고 거기에 어울리는 해석을 곁들이는 구성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 책이 꼭 그런 형식이었다. 나같은 초보자에게는 무척 괜찮은 교양서적이라는 감상이다. 책을 덮을 때도 무언가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빡빡하지 않은 책이라 선물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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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훔치기 - 한 저널리스트의 21세기 산책
고종석 지음 / 마음산책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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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회비평에 대한 글들을 간행물 속에 칼럼을 찾아읽기보다 단행본으로 엮어 나오는 것을 읽는 걸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책을 읽는 내내 일관성 있는 흐름으로 비평가의 성격과 코드를 좀 더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드 훔치기>는 문화비평을 읽고자 하는 목적보다는 배움을 얻는다는 목적으로 읽어도 괜찮을 것 같은 책이었다. 다른 나라에 대해, 자유에 대해 -아직 나의 지식이 짧은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비판으로써 비판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흡수하는 기분이었다.

고종석 씨의 글을 읽으면 문화비평가로 유명한 강준만씨나 진중권씨와는 몹시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고종석 씨는 기본적으로 개혁보다는 자유를 꿈꾸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게 한다. 그래서 전투적인 두 비평가들에 비해 글투가 온건하고 다른 비평가들과 직접적으로 맞닥뜨리는 일도 적은 것 같다. 자유지상주의자가 아닌, 우리 시대의 자유주의자. 고종석은 그런 사람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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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프란츠 카프카 지음 / 보성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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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평범하게 살던 한 가장이 어느 날 아침 벌레로 변신해 있는 것을 깨달으면서 시작된다. 이야기는 그 후에 그와 그의 가족들의 생활 및 심리적 변화가 주요한 내용이 된다. 자신의 일에서 어떤 기쁨이나 보람도 느끼지도 못한 채 단지 돈을 벌어 가족을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져야 했던 상황에서 주인공은 부담을 느끼고 그 짐스러운 책임감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거다.

그는 돈을 벌어야하는 기계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스스로를 벌레라고 생각하며 의무에서 해방되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현실에서 도망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그 일탈을 통해 가족들의 실제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주인공의 변신이 아니라, 변신 이후에 가족들의 변화였던 것 같다. 한 푼도 없는 것 같은 집안에는 일년이나 버틸 수 있는 비축이 있었고 곧 쓰러질 것 같은 양친은 벌이를 시작했으며 어리게만 보아왔던 누이도 일터로 나갔다. 자부심까지 느끼며 치렀던 주인공의 희생은 실제로는 거의 무의미했다. 더 이상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게 된 그는 천덕꾸러기이며 증오의 대상으로 변해간다.

결국 그는 자신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해온 소속과 관계에서 그 같은 비정함과 허망함을 보고 상심과 절망 속에서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는다. 소외와 소속감의 상실,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존재의 미미함. 카프카는 너무나 암울하게 소외된 사람의 모습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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