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프란츠 카프카 지음 / 보성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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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평범하게 살던 한 가장이 어느 날 아침 벌레로 변신해 있는 것을 깨달으면서 시작된다. 이야기는 그 후에 그와 그의 가족들의 생활 및 심리적 변화가 주요한 내용이 된다. 자신의 일에서 어떤 기쁨이나 보람도 느끼지도 못한 채 단지 돈을 벌어 가족을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져야 했던 상황에서 주인공은 부담을 느끼고 그 짐스러운 책임감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거다.

그는 돈을 벌어야하는 기계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스스로를 벌레라고 생각하며 의무에서 해방되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현실에서 도망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그 일탈을 통해 가족들의 실제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주인공의 변신이 아니라, 변신 이후에 가족들의 변화였던 것 같다. 한 푼도 없는 것 같은 집안에는 일년이나 버틸 수 있는 비축이 있었고 곧 쓰러질 것 같은 양친은 벌이를 시작했으며 어리게만 보아왔던 누이도 일터로 나갔다. 자부심까지 느끼며 치렀던 주인공의 희생은 실제로는 거의 무의미했다. 더 이상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게 된 그는 천덕꾸러기이며 증오의 대상으로 변해간다.

결국 그는 자신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해온 소속과 관계에서 그 같은 비정함과 허망함을 보고 상심과 절망 속에서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는다. 소외와 소속감의 상실,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존재의 미미함. 카프카는 너무나 암울하게 소외된 사람의 모습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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