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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처에서 보낸 날들
장길수 지음 / 열아홉 / 2021년 11월
평점 :
탈북 소년이 중국의 은신처에서 써 내려간 한국판 '안네의 일기'
저자 장길수의 일기 <은신처에서 보낸 날 들>
은신처에서 보낸 날 들은 2000년, 연길과 대련 은신처에서 써 내려간 일기라고 한다.
장길수는 1984년 북한 함경북도 화대군에서 태어나 1999년 1월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하였다.
그리고 1999년 8월 중국 연길에서 조선족 여인 서영숙씨와 만난 것을 계기로 문국한씨와도 인연이 되었다고 한다.
일기 형식으로 그대로 펴낸 책을 읽으면서 처음엔
꽃제비라는 생소한 단어를 보고 뜻을 검색해 보았다가 충격을 받았다.
꽃제비 : 먹을 것을 찾아 일정한 거주지 없이 떠돌아다니는 북한의 어린아이들을 지칭하는 은어
"어린아이들"을 지칭하는 은어라니.
국민을 돌보지 않고 옥죄기만 하는 곳을 과연 국가라고 칭할 수 있을까.
북한에 대해서는 간혹 인터넷이나 TV에서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었지만 크게 와닿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도 없고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탈북민 장길수 님의 일기를 보며 안타깝고 고통스러웠다.
그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감정을 내가 감히 다 헤아릴 순 없겠지만 이 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깨닫고
탈북민에 대해 무지했었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반성도 하게 됐다.
또한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되고 우스운 개그코드 정도로 소비될 때,
장길수 님과 같이 자유만을 간절히 갈망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자유'라는 두 글자를 얻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두만강을 건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p.16
그러다 한 유튜버의 여행 영상을 보다가 러시아에서 북한 아저씨들을 만난 영상을 보게 됐다.
물론 같은 나라지만 분단국가이다 보니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를 무의식중에 외국으로 생각했는데,
너무나 당연하게 같은 언어를 쓰고 말이 통하는 걸 보며 살짝 놀랐다.
'아, 맞다. 북한도 한국말을 썼었지. 같은 민족이지' 하며 말이다.
그러면서 우리 동포라고 하며 그 여행 유튜버를 챙겨주는데 왠지 모를 울컥함이 올라왔다.
이게 정말 같은 동포고 민족이지라는 생각도 들고, 왜 가장 가까운 한국과 북한은 서로 평생을 모른 채로 지낼까.
책을 시작하기 전 네 분의 추천사를 보며 이렇게 대단한 분들이 계시는구나.
나는 그저 나와 상관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너무 안일하고 무지했었단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자유를 원한 것뿐인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사람들.
그 흔한 자유와 인권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들.
'통일'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언제까지고 한 민족을 반으로 찢어놓을 순 없지 않을까.
북한이 없는 대한민국은 육지 통로가 없는 섬일 뿐이고, 북한 사람이 없는 대한민국은 반쪽짜리 가족일 것이다.
통일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아닌 무관심이었던 내가 관심을 갖게 되고 북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