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가족이 뭐 엄청 특별한 건 줄 알지? 가족이니까 사랑해야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믿지? 웃기지 마. 가족이니까 더 어려운 거야. 머리로 이해가 안 돼도 이해해야 하고, 네가 지금처럼 멍청한짓을 해도 찾으러 다녀야 하는 거야. 불만 좀 생겼다고 집부터 뛰쳐나가지 말고, 너도 엄마가 왜 그랬을까 생각하는 척이라도 해봐. 최소한 너도 노력이라는 걸 하라고."
물론 지금 내가 적은 것보다 훨씬 많은 쌍욕과 살해 협박이 있긴 했었지. 그렇게 눈에 살기를 띤 모습은 처음 봤으니까.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가족이라고 해서 네가 원하는 모습대로 네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란 뜻이야.
어쩌면 가족이라는 존재는 더 많이 더 자주 이해해야 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지. - P137

비록 엄마와 딸로 만나진 못했지만 대신 우리는 그보다 더 많은 관계로 만날 수 있었으니까 이걸로 충분히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고.
그렇게 기도하고 조금 시간이 남으면, 나한테 약간의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땐 네 얼굴 한 번만 볼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할게.
딱 한 번만 볼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하겠다고.
그리고 나는
나는 네 곁으로 갈게.
네가 뭔가를 잘 해내면 바람이 돼서 네 머리를 쓰다듬고, 네가속상한 날에는 눈물이 돼서 얼굴을 어루만져 줄게.
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에도, 시험을 잘 친 날에도, 친구랑 다툰 날에도 슬프거나 기쁘거나 늘 네 곁에 있어 줄게.
엄마는 늘 네 곁에 있을 거야. 아주 예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이 편지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2002년 11월 16일
아주 따뜻한 곳에서 엄마가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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