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 앞에서 생각은 제멋대로 오간다. 스스로 맥박치며 움직이는 혈관이나 내장과 같아 어떤 생각은 내 의도와 무관하게 저절로 생겨났다가 저절로 사라진다. 이제는 그 사실을 잘 알게 됐지만, 어릴 때만 해도 나는 내 안에서 스스로 생겨나는 생각이 두려웠다. 내가 그 생각의 주인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그리고 그런 생각이 영영 사라지지 않을까봐, 또 그 생각들이 현실이 될까봐.
그런 생각 중 하나가 바로 엄마가 죽는 일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죽는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 도대체 그런 생각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그럴 때면 엄마가 없는 세상을 상상했다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이 들었다. - P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