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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된 철학교수
프랭크 맥클러스키 지음, 이종철 옮김 / 북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숨 가쁘게 꽉 짜여 진 하루일과 속에서,
무엇을 위해 그리 매순간을 질주하는 지도 모르며,
휴식이 필요해.. 전환이 필요해..하는 내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모른 채
억누름이 어느덧 생활이 된 듯,
그런 찌 들린 일상에 작은 보상이라도 주어지면,
그저 만족하며, 스스로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미래를 위한 삶을 살고 있다며
그저 또 스스로를 자기체면에 도취시키며 살고 있는,
삶이란, 인생이란 커다란 명제 따위는
어느덧 먹고 사는 것과 별로 상관없다고 치부하며 등한시한지가 오래된 나와 같은 사람들이라면,
다시금 살아감의 의미를 프랭크박사와 함께
삶과 죽음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이 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안내자삼아
자아의 재정립, 삶의 의미라는 거창한 명제 따위는 제쳐두고라도 이 책에 한번 빠져 들어
봤으면 하는 게 읽고 난 후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다.
물론, 시대를 불문하고 우리주변엔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자각하게끔 하는 서적은 도처에
널려있다.
그러나 그 많은 책들 중에서도 이 책이 조금 더 괜찮다고 느낀 건
현재 철학박사로서 대학 강의를 하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들여 동시에
자원봉사 소방관으로서의 경험을 통해 이웃과 함께하는 소박하고 따뜻한 삶의 표본을 제
시하는 진실성에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중심 공간인 마호팩 펄스 소방서, 그곳은 여러 직업을 가진 이들이 화재와 여러
위급 상황에 맞서서 사랑을 실천하며, 학력도 성별도 어떠한 차별도 없는 그들만의 유토
피아를 이뤄가는 소중한 공간이다.
평범한 대학교수가 그 소방서를 찾게 된 그날부터 그에게도
삶이란 머릿속에서만 그려내는 이론이 아닌,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만하는 실천의 그것이 되며,
닫혀있던 인생이 교감하는 인생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맞이하게 된다.
또한 이 책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삶의 의미 찾기와 소방관으로서의 생생한 구조현장의 디
테일한 묘사 외에도, 저자의 철학교수로서의 지적인 면모가 매 장마다 여실히 드러난다.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니체의 실존주의철학이나,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용기의 의미니 하는 것들이 저자의 현장경험과 함께 쉬운 이야기정도로 책 곳곳에
녹아 있으며, 간간히 저자가 들려주는 신화속이야기와 함께 이 책을 구성하는 기본 플롯
으로 알차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책을 읽어가면서 눈길을 끌었던 부분이다.
이 책과의 만남은 책안에서 여유로운 느긋한 미소를 보이고 있는 저자만큼이나,
내 삶도 좀 더 적극적이고, 용기 있으며,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싹틔울 수 있길 바랐던
그리고 정말 그렇게 하리라. 머릿속의 생각만이 아닌.. 언제나 행동하리라는
다짐을 가슴 안에 각인 시켰던 그런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옆집 아저씨가 들려주는 푸근한 이야기정도로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매 장마다 ‘불’에 관한 경험에 대한 저자의 짧은 메모는 어느 것 하나 인생에서 놓쳐서는
요약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그것 또한 자신이 몸소 실천함으로서 자신만의 독트린으로 만들어가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