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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대생들에게 들려준 한국사 - 서울대 이태진 교수의
이태진 지음 / 태학사 / 2005년 8월
평점 :
이 책은 제가 알고 있는 고종에 대해서 상당히 다른 시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제가 가지고 있던 고종의 이미지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어떻게 왕이 되어서 나라를 잃게 만들었으며
한 남자로써 자신의 왕비가 시해가 될동안 뭘 했냐라는 원망 섞인 생각으로 인해
그를 조선왕조 500년 가운데 가장 한심한 왕으로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허나 이 책을 꼼꼼히 읽고 나서 제가 우말안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나 봅니다.
책에 대해서 소개를 하자면
이 책은 서울대 이태진교수가 동경대에서 일본인대학원생들에게 강의 한것을 녹취해서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강의라서 그런지 상당히 설명이 잘 되어있으며 곳곳에 나오는 사진과 삽화로 인해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 이 책의 강점입니다.
아니군요. 이 책의 진정한 강점은 고종을 재조명한다는것에 있군요.
아마도 여러분도 저와 비슷하게 책을 덮을쯤엔 고종의 이미지가 180도 바뀌게 될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굴곡 많고 정말 험난한 생활을 사셨던 고종황제께 지금이라도 큰 절을 올려드리고 싶습니다.
아래 글은 고종의 아들 우리나라 마지막왕 순종의 유언입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한 목숨을 겨우 보존한 짐은
병합 인준의 사건을 파기하기 위하여 조칙하노니
지나날의 병합 인준은 강린(强隣, 강한이웃 일본을 가리킴)이
역신의 무리(이완용 등을 뜻함)와 더불어
제멋대로 해서 제멋대로 선포한 것이요
다 나의 한바가 아니라.
오직 나를 유폐하고 나를 협박하여
나로 하여금 명백히 말을 할 수 없게 한 것으로
내가 한 것이 아니니
고금에 어찌 이런 도리가 있으리요.
나- 구차히 살며 죽지 못한 지가 지금에 17년이라
종사의 죄인이 되고 2천만 생민(生民)의 죄인이 되었으니
한 목숨이 꺼지지 않느 한 잠시도 이를 잊을 수 없는지라.
깊은 곳에 갇힌 몸이 되어 말할 자유가 없이
금일에까지 이르렀으니
지금 한 병이 위중하니 한 마디 말을 하지 않고 죽으면
짐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리라.
지금 나 경에게 위탁하노니
경은 이 조칙을 중외에 선포하여
병합이 내가 한 것이 아닌 것을 부녕히 할게 하면
이전의 소위 병합 인준(認准)과 양군(讓國 사양한 나라)의 조칙은
스스로 파기에 돌아가고 말 것이리라.
여러분들이여 노력하여 광복하라
짐의 혼백이 명명한 가운데 여러분들을 도우리라.
(조정구에게 조칙을 나리우심)
저자는 지난 세기에 대한 이해, 인식의 바꿔서 모두 공생의 시대를 열자는 말로 끝맺음을 내고 있지만
전 다르게 끝맺음을 내고 싶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합니다.
읽으면서 내내 떠오르는 단어는 이거 하나였습니다.
힘. 力.
힘이 없으면 안됩니다. 우린 모두 강해져야 합니다.
나라로써도.. 자기 자신으로써도..
잊지마세요.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