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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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겨레 신문 구독자다. 언젠가 부터 신문에서 판사가 쓰는 소설이 연재되기 시작했다. 파산과 관련하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거의 한 면을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던 탓에 몇 줄 읽다가 포기했다. 판가사 할일도 많을 텐데, 혼자 쓰는 소설도 아니고 신문에 연재까지 하다니 참 특이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문유석 판사에 대한 첫 대면이다.

아이들과 함께 금산에 있는 지구별그림책마을이라는 곳에 갔다. 그곳에서 문유석 판사를 다시 만났다.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책을 통해서 말이다. 책 표지를 감싸고 있는 띠지에 손석희 JTBC 앵커의 소개글이 나를 사로 잡았다.

"나는 문유석 판사 생각의 대부분과 그의 성향의 상당 부분이 나와 겹친다는 데에 경이로움까지 느끼면서 이 책을 읽었다. 이러면 훗날 내게 기회가 오더라도 이런 책은 쓸 필요가 없게 된다. 이 책이 그냥 그런 많은 책 속에 묻히지 않기를 바란다"


책을 넘겼다. 그의 삶에 대한 고백으로 책을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싫은 것이 회식이고 등산이다고 고백한다. 단합을 도모한다는 직장 체육대회나 등산이 개인 시간인 주말에 개최되는 것을 치가 떨리게 싫어하고, 회식때 돌아가는 잔에 장단에 맞춰서 취한척 연기해야 하는 현실도 싫다. 그러나 그는 어렷을적부터 타인들이 원하는 연기를 잠시 해주면 내 자유가 더 확보된다는 걸 일찍 깨닫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잘해냈다. 서울대 법대에 합격하고 판사까지 되었다. 성공적인 인생이다.

그런 그가 개인주의자를 선언했다.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는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23쪽)"고 주장한다. 그가 생각하는 전근대적 집단주의 문화는 무엇인가? 그리고 합리적 개인주의는 어떤것인가?

그가 판단하는 우리사회는 가정이든 학교든 직장이든 기본적으로 군대 모델이 바탕에 깔려있다. 상명하복, 집단 우선이 강조되고 개인의 의사나 감정 취향은 무시되는 사회다. 그러나 그는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끈 엔진은 '개인주의'라고 주장한다. 서구에서 수입된 민주주의는 사회계약이고, 우리 헌법 질서의 근간도 같다는 것이다. 여기서 개인주의가 유아기적 이기주의나 사회를 거부하는 고립주의와는 구별되어야 함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럼 개인주의가 왜 중요한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사는 이유는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목적이고 나머지는 방편이다. 그러나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은 배제되고 집단이 우선시된다. 개인의 행복은 점점 멀어져가고 집단의 발전을 위해서 개인은 희생되어야 한다. 그리고 집단내에서 인정받기 위해 치열한 투쟁이 벌어진다. 그러면서 모두들 경쟁할 뿐 행복은 얻지 못하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제 잘난 맛에 사는 세상은 행복하다. 그래서 합리적 개인주의는 우리가 삶의 중심에는 내가 있어야 한다. 내가 행복해야 우리도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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