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버, 제주 바다를 걷다 - 2016년 환경부 선정 우수환경도서
강영삼 글.사진 / 지성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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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렀던 바다와 그들의 역습
(다이버, 제주 바다를 걷다)

우리 바다가 변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은 점점 올라가고, 이제 거의 아열대 바다가 되어버렸다. 해양생태계의 황폐화는 하루 이틀 듣는 소리가 아니다. 이젠 그런 말을 들어도 무감각하다. 그래서 더 무섭다. 일상에서의 해방과 힐링을 위해 ‘제주도 푸른 밤’을 외치며 떠나던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제주 지역신문의 해양탐사대가 서귀포시 남원읍 일대 바닷속을 탐사하고 그 결과를 보도했는데, 그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고 했다. 토사와 나무 등 육상 폐기물이 바다 아래 가득했다. 폐타이어와 로프, 폐콘크리트 덩어리들은 높게 쌓여 수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었다. 제주 바다 어디에서나 흔하디흔했던 톳이나 보말, 소라도 이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제주도 바다의 황폐화는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굴 속 바위 천장에 붙은 박쥐처럼 적자색 연산호가 수없이 매달려 있던 곳이다. 그리고 바닥의 자갈까지 세세히 보이는 맑은 물에 청색으로 물든 멸치 떼가 가득했다. 전갱이, 자리돔 그 뒤로 방어, 돌돔과 청소새우 등 수많은 해양생물들이 스쿠버다이버의 눈 앞에서 헤엄치며 놀았다. 「다이버, 제주 바다를 걷다」의 저자가 불과 3년 전인 2013년 9월 28일에 잠수하며 바라 본 형제섬 앞 바닷속의 모습이 그랬다. 제주 바다를 수년 간 잠수하며, 직접 손으로 써 내려간 기록과 사진이 담긴 8년 동안의 잠수일지를 모은 책이 바로 「다이버, 제주 바다를 걷다」이다. 이 책은 아름다운 제주 바닷속을 오롯이 간직하기 위한 그의 노력이다.

흔히들 바다는 어머니와 같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에게도 바다는 어머니와 같다. 특히, 제주도 바다는 더욱 그렇다. 서귀포 항구 가까운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서귀포 바다와 함께 보냈다. 어머니 손을 잡고 바닷가에 나가던 기억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생생했다. 잊을 수 없는 어머니의 따뜻함이 바다에서 느껴졌으리라. 그에게 제주 바다는 추억이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 이 책이 그렇고, 그가 지은 또 다른 책 「우리 어멍 또돗한 품, 서귀포 바다」에서 그의 간절한 소망이 뚜렷하게 보인다.


제주 바다의 황폐화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2005년 지귀도 앞 바닷속에서 해송과 연산호를 바라보며 그는 생각했다. ‘먼지들이 일순 피어오른다. 안타깝다. 인간이 고기를 죽이는 것 섬 위의 낚시꾼도 그렇고 매일 반찬으로 생선을 먹는 나이지만, 이런 곳도 앞으로 몇 십년(몇 년)이나 갈까 생각하면 저절로 드는 생각이다.’ 화려한 형용사 하나 없이 담담하게 던진 말이지만, 절절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에게 제주 바다가 사라진다는 것은 바닷속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는 것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에게는 유년시절 어머니와의 추억도 함께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는 사라지는 제주 바다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가 제주 바다의 환경과 미래를 아우르는 책을 써주기를 간절히 고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의 추억과 경험을 통해 아름다운 바다의 보존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우리에게 바다 환경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추억을 지키는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양환경 오염, 생태계의 교란이 우리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사례가 있겠지만, 해양 미세 플라스틱 문제는 아주 심각하다. 5mm이하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이 미세 플라스틱인데, 바다 생물들은 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먹고 있다. 플라스틱을 먹은 바다 생물을 큰 물고기가 잡아먹고, 그 물고기를 그 보다 더 큰 물고가가 잡아먹는다. 이런 먹이사슬을 통해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 인간의 몸속까지 들어오게 된다. 차곡 차곡 우리 몸에 쌓인 미세 플라스틱은 유해화학물질을 내뿜으며 결국 우리 몸을 파괴해 버릴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해양오염의 인간에 대한 역습이다. 더욱 걱정해야 할 것은 그들은 역습에 사용되는 공격 수단을 너무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상승,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로 인한 바다 산성화,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미세 플라스틱을 포함한 해양 쓰레기. 안타깝게도 그 무기들은 모두 우리가 그들 손에 직접 쥐어준 것들이다.

우리는 이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 너무 상식적이어서 말하기 우습기까지 한 사실이지만 우리는 모두 방법을 알고 있다. 해수욕장에 가서 쓰레기 되가져오기, 낚시할 때 뒷정리 잘하기 등은 아주 작은 일이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지킬 수 있는 일이다. 바다를 터전으로 삼는 분들은 어망이나 배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해양생태계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해양에 배출되는 폐기물을 엄격히 통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그것들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아는데서 끝났다. 행동이 아닌 머리로만 어렴풋이, 그리고 소극적으로 해양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할 때다. 수십년이 지난 후에도 이 책 속에 담긴 아름다운 제주 바다를 계속 볼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노력에 달렸다. 우리의 후손으로부터 빌려온 아름다운 우리 바다를 온전히 그들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들의 의무이자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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