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야간 근무였다.
직원1: 이 책에는 부록 자료가 있는데 같이 대출하시겠습니까?
손님: 빌려주시면 좋지요. 원래 사려고 했는데, 일단 한 번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을 듯 해서요.
직원2: 원래 오래 보거나 하셔야 할 책들은 구입하시는 것이 좋지요.
손님: 줄도 쳐가며 보아야 해서요.
직원2: 훌륭하신 생각이시네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거든요.
손님: (대답 없이 약간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며 그냥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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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리해보니 별로 이상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어제 이 말을 하고 나서 무척 찜찜했다. 손님 얼굴에 보이는 표정 때문이었을까? 빈정대는 말투로 들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많이 했다. 또 하나 내가 왜 이 말을 하고 나서 찜찜한 기분이 들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뭔가 상대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자 하는 갈망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손님의 반응이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만약 손님이 "그런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요?" 또는 "사람들이 조금 생각을 더해야겠군요." 또는 "칭찬을 받으니 이상하네요." 라는 식으로 대답을 했다면 아마 그냥 잊었을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상대로부터 내가 기대했던 식의 반응을 받지 못해서 그런 찜찜한 느낌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내가 사람을 대할 때 마음 속으로 특정한 답변을 예측했는데 그 기대가 빗나갔을때 가장 실망하거나 우울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나는 나를 들여다볼 때가 제일 재미있다. 그래서 가장 이해가 안되는 것이 자신은 들여다보지 않고 남을 먼저 들여다보려는 사람이다. 모든 사람이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일을 먼저 한다면 조금 더 인간관계가 편안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