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원고 청탁을 받고 썼던 글인데 오늘 웹 서핑을 하다 우연히 다시 읽게 되었다. 이런 책을 읽었는지 다 잊고 있었다. 심지어 느낌도.ㅠㅠ
써두지 않았으면 그 책을 읽기는 했는지 가물가물해서 잘 몰랐을거다. 아무튼 마지막 문구가 나름 마음에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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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황금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 중년에서 노년으로 이어지는 때가 삶의 황금기여라!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면 낮에 아무리 더워도 가을이 온 거다. 아마 살면서 경험으로 터득한 일 중 하나가 새로운 계절이 온 때를 아는 거다. 어떤 과학적 근거나 온도 변화를 증거로 대지는 못하지만 그냥 아는 일이다. 그래서 가끔은 나이를 먹는 일이 나쁘지 않음을 즐겁게 받아들이게 된다.
황금 들녘이란 표현은 가을이 되어 벼가 익어가는 광경을 보면서 한다. 그렇다면 삶에서 황금기도 삶에서 결실을 맺는 시기여야 하지 않을까? 젊은 시절에는 나이 먹는 일이 정말 끔찍한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막상 나이를 먹으면서 드는 느낌은 젊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편안함이다. 이런 생각은 나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여러 곳에서 알게 된다. 특히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 뇌과학이 밝혀낸 중년 뇌의 놀라운 능력(바버라 스트로치 지음. 김미선 옮김)’을 읽으면 나이가 든다고 해서 뇌도 같이 늙는 것이 아니라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될 터이다. 물론 젊은 시절의 뇌처럼 기억력이 좋지는 않지만 또 가끔 깜박깜박하기도 하지만 이런 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장점이 더 많아진다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명민한 중년의 뇌를 유지하는 일은 그냥 가만히 있어서 되는 일은 아니다. 스스로가 자신의 뇌를 단련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끊임없는 공부와 전반적인 신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한다.
중년을 보낸 후에 오는 노년 또한 멋지게 보내기 위해서는 준비하는 일이 필요하다. 노년에 대한 준비는 노년이 되기 전에 해야 함을 우리는 주위의 노년기의 어른을 보면서 알게 된다. 어떤 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노년기의 삶이 살맛나는 시기인지 죽을 맛이 나는 시기인지 결정될 터이다. 노년을 준비할 때 읽어보면 도움이 될 책으로는 ‘살맛나는 나이 : 심리학자 마리의 노년행복 프로젝트(마리 드 엔젤 지음. 백선희 옮김)’와 ‘노년의 기술(안셀름 그륀 지음. 김진아 옮김)’을 추천한다. 물론 이 책들 이외에도 ‘노년’이라는 키워드로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검색하면 정말 많은 책이 있다. ‘살맛나는 나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젊어 보이려고 너무 애를 쓸 필요가 없다는 저자의 주장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 언제나 존재 자체로만도 행복할 수 있으며, 나이 들수록 감수성이 예민해지고, 감사할 일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기뻐하기 등등이 노년의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노년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삶을 완성하기 위한 여정 중 하나이고 통과해야만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될 터이다. 특히 이 책을 읽다 보면 노년과 그 이후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거나 피해야 할 일이 아니라 기다려지게 될지도 모른다.
‘노년의 기술’은 욕심을 놓고 열심히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를, 배우려고 하는 마음 자세를 잊지 않기를 깨우쳐 주는 좋은 책이었다. 특히 40대 후반을 지나 50대로 접어들면서 노년을 어떻게 지내야 할까에 대해 끔찍하게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어쩌면 더 좋은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노년의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내 인생은 로맨틱 코미디(노라 에프런 지음. 박산호 옮김)’와 ‘아임 어 스튜던트(로저 마틴 지음. 노진선 옮김)’를 추천하고 싶다. ‘내 인생은 로맨틱 코미디’의 저자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을 만든 영화감독이다. 저자는 나이 드는 일이 끔찍하고 원제처럼 특히 목에 생기는 주름을 감출 수 없다는 이야기를 아주 재치 있고 유머 있게 한다. 책 소개말처럼 재치 만점의 유머와 풍자가 빛나고 여성의 삶을 예리하게 통찰하며, 일상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발견하는 소박한 행복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책이다. ‘아임 어 스튜던트’는 폐암 선고를 받았지만 기적적으로 회복한 후에 저자가 이룬 꿈 이야기이다. 평생 간직했지만 하지 못했던 꿈은 플라톤, 소크라테스, 호머와 사랑에 빠지고, 겁내고 바라만 보던 조정을 배우고 경기에도 참여하는 일이었다.
소개한 책들을 읽으면서 삶의 황금기는 아직 오지 않았거나 지금부터 시작일 수도 있다는 깨달음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설령 황금기가 없더라도 우리 각자의 삶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내 마음의 여유에 따라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새벽의 동틀 무렵도 서럽게 아름답고, 한낮의 강렬함도 멋지지만 저녁의 노을도 마음에 사무치도록 근사한 걸 보면 우리의 삶도 그러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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