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처음 나간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

날씬하고 예쁘게 생긴 40대이고 차려입은 등산복도 값이 나가 보였다. 지하철 안에서 내내 길이 힘들면 어떻게 하냐고 계속 걱정스럽게 이야기했다. 게다가 내릴 때쯤 옆에 있는 사람한테 등에 맨 가방에서 선글라스를 꺼내달라고 하더니 걷는 내내 자기 가방에서 꺼내고 넣는 일을 남한테 부탁하더라. 도대체 가방을 맸다 벗었다 하면 될 일인데 번번히 남한테 부탁하는지 이해가 안갔다. 막상 걷기 시작하니 선두에서 걷더라. 내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이다. 잘하면서 끊임없이 징징대고 뭔가 부탁하는 사람. 목소리도 내가 안좋아하는 어조이고. 처음 만나고 나한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마음이 불편했다. 
결국 내가 엄청나게 사람을 가린다는 걸 다시 한번 절감했다. 어쩌면 그 사람 모습이 내 안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표현만 안할 뿐이지. '나 좀 봐줘요!'라며 절규하는 꼴이 똑같은데 그니는 표현하고 나는 다른 사람들이 싫어할 것 같으니 감추고 있을 뿐.
나도 투덜이구나. 아직 멀었다. 너그러워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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