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하기 전에 감사하러 나온 시 담당자가 오늘 오전에 또 나와야 한다고 했다. 담당자가 차가 없다고 했었기 때문에 담당 직원한테 "내일 나오면 시청까지 데려다 주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금방 "내일 직원 휴가가 많아서 점심 교대도 어려운데요."라고 대답을 하더라. 순간 드는 생각이 '저이는 왜 매번 저렇게 기분 나쁘게 말을 하는거야?'였다. 자주 그 친구가 무슨 대답이나 말을 할 때 기분이 상한다. 말투가 내 마음에 안드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내용도 상사한테 대놓고 할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기분이 상한데다가 말투까지 거슬려서 더 싫은가? 내가 권위적이라서 그런 식의 반응을 싫어하는 것인가하는 자책도 든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상사든 아니든 간에 무슨 말을 했을 때 즉각적으로 싫은 반응을 보이는 것보다는 "노력해 보겠습니다." 아니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고려해 보겠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을까? 그 친구가 왜 그런 식으로 반응하나 집에 가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머리가 너무 좋아서였다. 남들보다 생각하는 속도가 빠르니까 어떤 일에 대햔 예상되는 결과가 바로 출력이 되는거다. 하지만 자기 입장이나 상대를 고려한다면 그렇게 반응하면 좋지 않다. 감정이 무척 상하니까. 가끔 그 친구한테 반응하는 내 감정을 보면 거울을 보는 느낌이어서 그렇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어쪄면 남들이 나한테서 보는 모습일거라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의식적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무의식에서 그런 것 같다.

직원들이 도시락 싸와서 도시락 파를 만드는 것 때문에 식당에서 도시락을 먹는게 어떠냐고 했었다. 정말 일년동안 마음에 안들어하다가 팀장한테 말한 거였는데, 이 친구가 어느날 물어보더라. "밥 먹는 것까지 간섭하는 것은 너무 한 거 아닌가요?" 사실 말은 내가 꺼냈다. 팀장한테 말하고 며칠 뒤였던가? 아니면 바로 다음날이었던가? 보존서고에서 먹지 않고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관장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는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질문이 간섭이라는 말이었다. "그대가 생각하기에는 밥 먹는 시간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온전히 한시간동안이 매일이라면 그 사이에 공유되는 정보의 양이 얼마인지 아느냐?"고 이야기했다. 사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도 그거다. 은연중에 직원들 사이에 정보 격차가 생기는 상황이다. 이해했을까? 그 친구가 내 의도를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 무정하게 말하는 습관도 고쳤으면 좋겠다. 그리고 권력욕구도 가졌으면 좋겠다. 자기가 가진 능력이 선물임을 알고 나누는 것이 책임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온통 내 주위에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만 있는 것 같은 착각을 계속하면 병이 커질 것 같기는 하다. 작은 거라도 나를 칭찬해 주었으면 좋겠다. 자존감이 땅바닥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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