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이 학교 학부모 총회라서 휴가를 냈다. 덕분에 집에 일찍 들어가서 소설을 읽었다.
제목 고스트 라디오는 주인공이 운영하는 방송 프로그램 이름이다. 그 방송은 개인이 겪은 이상한 이야기를 청취자가 직접 전화로 이야기하면서 진행된다. 각 장마다 유령이나 황당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주인공 자신의 삶도 굉장히 이상하고 결말도 새로운 이야기를 암시하면서 끝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기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정말 기억을 믿을 수 있는지 확신이 없더라. 출근하면서 다른 사람의 말로 아는 일 말고 진짜 내가 기억하는 일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사실 그 기억조차 내 기억일까 의심도 들기는 했지만, 기억 속에 나 혼자 있으니 내 기억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유치원 들어가기 전이고 원주 살 때인데 남의 집 산소 돌로 만든 상 위에서 잠 자고 일어나니 신발이 없어졌다. 물론 거기에 왜 올라갔고 잤는지는 기억 안난다.
또 하나는 온양에 살 때 아버지 친척을 방문했을 때이다. 그 집이 복숭아 과수원을 하고 있었다. 먹으라고 가져다 준 복숭아가 크면서 아주 달아서 맛나게 먹었다. 사실 복숭아 맛보다 더 기억에 남는 일은 집에 돌아올 때 그 맛있는 복숭아를 집에 가져라고 주지 않아서 무척 섭섭했다. 유치원 다니는 나이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면서도 혹시나 같이 갔던 할머니가 집에 오면서 그런 말씀을 해서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내 기억에 있는 일은 모두 단편적이다. 쭉 영화같이 기승전결이 모두 기억나지는 않는다. 나만 이상한가? 그래서 어린 시절 부터 지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기억을 한번 정리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