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있고, 영화로도 나왔다네.  

정신병원에 입원한 상황이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에서 묘사하는 것보다는 덜 비참해 보이기는 했지만,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또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저자의 묘사는 맞는 말인 듯하다.  

특히 저자가 진단받은 경계성 인격장애를 서술한 많은 부분이 사춘기 아이들이 지니는 특성이라는 말은 동감이 간다. 그냥 다르다는 이유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어떤 병명을 붙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정신은 뇌의 산물일 뿐이다. '기억'은 우리 머릿속의 특정한 지점들에서 세포가 변화를 일으키는 특정한 형태다. '기분'은 신경 전달 물질들의 화합물이다. 아세틸콜린이 너무 많고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해진다.  

그렇다면, 정신에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인가? 

세로토닌이 부족하다고 해서 곧바로 이 세상이 '썩어빠지고, 무미건조하고, 헛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생각으로 궁지에 몰린 사람에 대한 희곡을 쓴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런 사실이 정신에 어떤 여지를 남겨준다. 신경이 움직이는 떠들썩한 소리를 해석해 주는 무언가가 있다.> -- 206쪽 

<거의 한 세기 동안 정신분석학자들은 자신들이 가본 적 없는, 갈 수 없었던 나라가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기사들을 써 왔다. 그런데 갑자기 그 나라가 국경을 개방하여 특파원들로 들끓자, 신경생물학자들은 새로운 정보로 가득한 기사를 일주일에 열 꼭지씩 써댔다. 그런데 이 두 부류의 기자들은 서로의 글을 읽지 않는 듯하다.  

그것은 분석가들이 '정신'이라 불리는 나라에 대한 글을 쓰고, 신경과학자들이 스스로 '뇌'라고 부르는 나라에서 기사를 송부하는 까닭이다.> -- 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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