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6월17일 목요일) 점심 시간에 어린이실 근무를 교대해 주었다.  

교대 시간 마지막 될 무렵에 이용자가 들어왔다.  

이용자: 언니, 이 책들이 있는지 확인 좀 해주세요. (인근 초등학교 필독도서 목록이었다.) 

나: 검색대에서 직접 검색하셔도 됩니다. 

이용자: 일단 위에 다섯개만 찾아 주세요. 

나: (열심히 검색을 했다. 도중에 근무할 직원이 내려왔다.) 

이용자: (옆에 직원에게) 언니, 여기 선풍기를 두 대만 두면 덥지 않을 것 같은데요. 여기 선풍기 두세요.  

나: 급하게 오셔서 더우신 가봐요. 계속 있으면 별로 덥지는 않아요. 

이용자: 나는 덥지 않은데 여기 언니들 더울까봐 그렇지요. 

나: 언니라고 부르지 말고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세요. 

이용자: 가르치려고 들지 마세요. 여기는 서비스기관이잖요?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아이들이 무서워해요. 그리고 언니는 자주 보던 사람도 아닌데, 누구세요? (이야기 도중에 내가 열심히 찾고 있던 종이를 빼앗아갔다.)

나: 제가 여기 관장입니다. 

이용자: 그럴려면 자주 내려와서 있으면서 친해지던가요. 

나: (데스크 밖으로 나가서) 제가 가르치려고 말했던 것이 아니라 부탁드린건데요. 

이용자: (다른 직원에게) 언니 이것 좀 찾아주세요. (하면서 가버렸다.)  

나: 성함이 어떻게 되시지요? 

이용자: 알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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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씩씩대면서 '비폭력대화법' 열심히 배워서 언젠가는 꼭 갚아줄 거라고 옆에 있던 아르바이트 선생님들한테 이야기하고 올라와서 사무실에서 한바탕 분풀이를 했다. (쌍시옷 들어간 욕을 했지.)내 우아한 지향점과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말 해버리니까 속을 좀 시원해졌다.  

나중에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나도 약간 선입견이 작용한 상태에서 약간의 폭력적인 상태로 대화를 이끌어갔던 것 같다. 들어와서 리스트를 내밀던 순간의 얼굴을 보면서 '이 사람은 왜 얼굴에 나 불행해라고 쓰여 있네.'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런 사람한테 언니라는 말이 듣기가 싫다고 했으니 기름에 불을 부은 격이다. 어떻든 조금 더 수양이 필요하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으니까.  

하지만 하룻밤 지내면서 생각하니까 그 상황에서 일정 부분 더 화가 난 것은 상황이 종료된 것이 아닌데, 직원이 그 사람이 도와달라고 이야기하니까 데리고 도와주러 간 일이다. 이 상황에 대해서 아침에 아들한테 이야기했더니 대답이 "그 선생님이 잘못했구먼. 관장님하고 이야기가 끝난 후에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해야지."라고 했다.  

오늘 아침에 나더러 자주 못 보던 사람이라고 해서 대출 상황을 검색해 보니 대출을 어쩌다 하러 오는 것 같다. 아마도 아이들 학교에서 필독도서 목록이나 학원에서 읽으라고 하는 책이 있는 경우에만 오는 것 같다. 하기야 무경우인 사람이 하는 말을 꼬투리 잡아서 일일이 반박해봤자 별 소득이 없는 것이지만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못해서 쌓이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 '나불행 여사'를 탐구해 보고 싶다는 욕구는 의미있는 일이 아니고 에너지 낭비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불행 여사'가 지금도 충분히 불행하고 아마 앞으로도 정성을 쏟는 아들들에게 더 커다란 실망과 분노를 경험할 것 같아서 더 불행하기를 내가 굳이 빌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직원과의 문제는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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