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 인생의 끝에서 만나는 지혜
데이비드 쿨 지음, 권복규.홍석영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5월
절판


융학파 심리학자인 제임스 홀리스는 불안을 "거의 모든 것에서 촉발될 수 있는 막연한 불편함이며, 대개는 삶에서 겪는 일반적인 불안정성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불안정성의 수준, 즉 불안이 유발되는 수준은 부분적으로는 사람의 특별한 개인사에 기인한다. 환경이 어려울수록, 즉 출신가정과 문화적 배경의 어려움이 가중될수록 막연한 불안은 더 많이 발생한다."고 정의했다. -43쪽

크로노스와 카리로스, 즉 측정 가능한 시간과 의미 있는 시간이다.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켄 윌버는 후자를 '서술적 시간'이라 정의했다. 이 시간은 한 사람의 개인사, 혹은 자아의 역사를 표시한다. 희망과 이상, 계획과 야망, 목표와 비전을 불러오고 또 재창조하는 시간이다. 이 미묘한 시간은 이해관계에 따라 느려졌다 빨라지고, 팽창하다 줄어들며, 초탈하다가 집중하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 이 시간은 측정 가능한 시간을 망각하는 경험 덕분에 알려진다.-50쪽

그런 의미에서 죽음에 대한 불안은 삶에 대한 불안과 관련을 맺는다. 내 자신에게 참된 삶을 살고 있어도 죽음이 두려울까? 죽음이 두렵다면 나는 살고 싶은 삶을 실제로 살고 있는 것일까?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합하려는 노력 없이도 삶을 살았다면 나는 지금 누구이며 어떻게 살 것인가? 특정 시간 뒤에 삶이 끝난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살 것인가? -51쪽

얄롬의 글에 따르면 죽음에 대한 불안 요인으로는 타인을 우려하는 마음, 죽음 전(통증)과 죽음 후(사후 세계), 무화, 즉 '비존재'에 대한 공포 등이 포함된다. 이것은 주어진 시간이 끝났을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이 될까를 생각하고 느낄 때 겪는 감정이다. 언젠가 생명이 끝날 것이라는 앎은 우리 존재의 새로운 일부가 된다. 그러한 인식은 일종의 보편적인 불안을 낳는다.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것과 흡사한, 한계가 없는 감정이다.-53쪽

확실성은 불안을 덜어준다. 불치병에서 비롯된 불안에 직면한다면 지난 인생을 성찰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면서 확실성을 구축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당신은 삶의 의미와 미처 못 다한 일들을 생각하게 된다. '인생 성찰'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면서 현재를 사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서 사람들은 삶의 여러 사건들, 관계, 성공, 특징들을 다시 음미하게 된다. 또한 대화할 수 있는 인물들과 긍정적인 활동들을 떠올릴 수 있다.-66쪽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힐 의도가 없다. 이와 반대로 의사들은 대개 환자에게 좋은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면 그들은 왜 고통을 유발하는 것일까? 그 이유로는 의술의 오랜 전통, 의사소통기술의 부족, 의사 자신의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문제, 시간의 제약 등이 있다. 이 때문에 환자는 나쁜 소식을 들었을 때 감정이 악화된다. -84쪽

곧 그는 울기보다는 통증을 느끼며 사는 법을 배운다. 그것은 누구에게 이득이 되는가? 내가 통증의 '적절한' 수준을 판단하는 것이 환자들의 호소를 완전히 이해하는 데 장애가 되지는 않는지? 부모가 자기들의 느낌을 경시하면 아이들은 모욕과 무력감을 느끼고 그것을 과장하거나 아예 말도 하지 않게 된다. 똑같이 환자의 호소를 경시하거나 의심하는 의사는 그 환자의 신뢰를 저버리게 되고, 그 결과 통증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잃게 될 수 있다. -118쪽

교도소와 학교에서 자기계발과 용서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는 라이온하트 재단의 설립자인 로빈 카사랸은 "용서는 깨어진 것을 받아들이고, 또 그것이 완전한 것이 되도록 하는 수단이다. ...... 용서는 당신 자신이나 혹은 누군가아ㅢ 부정적이고, 부적절한 행위를 눈감아주는 것이 아니다. 학대, 폭력, 침략, 배신, 그리고 거짓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행위에 희생양이 된 사람이 자유와 안도를 느끼는 것이 용서인 것이다. -213쪽

용서는 우리가 감정적 고통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무엇이 실제 문제이고, 그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인식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문제를 잘 해명하려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애쓰거나, 왜 '상처'가 발생했는지를 설명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가 그것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으며, 그것을 잊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위장하지 않아도 된다. 이것은 우리가 입은 마음의 상처와 그 영향을 주시하고 있음을 뜻한다. 우리는 그 상처가 없었다면 삶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한다. 그런 상처와 고통을 인식하고 경험하는 것이 용서의 시작이다. -214쪽

당신의 행위에 책임을 인식하는 것이 당신이 경험했거나, 다른 사람이 느꼈을 상처나 모욕을 치유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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