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제목을 이렇게 했을까? 원서 제목은 [Calvina]이더라. 

주인공은 어른인 루크레시오인지 아니면 열살짜리 대머리 소녀인 칼비나인지 아니면 둘 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에 불과한 것인지, 아직도 파악을 못하고 있으니,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닌가? 루크레시오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인 것은 맞는 것 같다. 3인칭 주인공 시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맞나?

물론 전혀 생뚱맞은 제목은 아니지만, 아무튼 제목 때문에 보게 되었으니 다행인 것인지, 속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삽화는 고딕풍의 그림이어서 무엇인가 환상적인 이야기인 것 같았는데, 막상 읽고 보니 판타지라고 할 수는 없다. 실제 이야기가 딱 맞아떨어지고, 전혀 비현실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단지 분위기가 괴이할 뿐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책을 읽을 때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곳 환자들과 똑같이 행동해요. 특정 등장인물과 우리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들의 모험을 재현하지요. 이게 당신이 말한 대로 잠시나마 우리의 일상에서 스스로를 멀어지게 하는 거죠. 하지만 만약 그 책이 좋은 책이라면, 그러니까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생각하게 만들고, 새로운 질문을 하게 만든다면, 나중에 우리가 현실세계로 돌아왔을 때 우리를 좀더 강하고 지혜롭게 만들어줄 거예요." - 56쪽  

"이야기책은 사건을 간단하고 정리된 형태로 들려주죠. 그래서 우리가 기억하고 배우고, 또 우리 머릿속에 정리하는 걸 도와줘요. 어린애들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고 싶어하는 건 자기가 그 정보들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고, 또 머릿속에 잘 정리해놓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야기 자체를 즐기기도 하지만, 자신이 그 이야기를 제대로 기억하고 이해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게 아이들을 안심시키기도 하고요. ..... 우리 어른들에게도 그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죠. 좋은 책이나 좋은 이야기를 읽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또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받기도 하잖아요." - 57-58쪽 

이 책을 읽으면서 언급되는 책들을 거의 대부분 읽었다는 사실에 혼자서 뿌듯해 했다. 하지만 그 책들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니 슬프게도 아니더라. 이야기를 따라가기에도 바빴던 책 읽기의 시절이 있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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