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타이즈처럼 생긴 바지를 입는 아들한테 아침에 꼭 그것 입어야 하느냐고 한마디 했다.
거기다가 아침이라고 김밥을 세개 먹고서 먹었다고 하니 짜증이 나서 막 화를 냈다. 늦게 먹은 사람이 식탁을 치우는 것이니까 얼른 치우라고 하면서 치우기 싫으면 일찍 일어나서 먹으라고 소리를 질렀다.
화를 내고 아이를 보내고 났는데, 너무 우울해졌다. 바지는 누구한테 피해 주는 것도 아닌데, 단지 내가 보기에 싫다는 이유로 입지 말아야 한다고 말을 했어야 하나하는 생각과, 밥 안먹는 것도 그렇게 큰 일은 아닌데 왜 화를 냈는지 나도 이해가 안간다.
아이한테 너그러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도 깊은 마음에서 동의하지 않고 있나보다. 아이를 타인으로 존중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기다릴 것이라고 하면서도 기다리지 못하고, 내가 그리고 있는 모습으로 아이를 맞추려고 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공부를 못하는 것과 선생님이 공부를 못한다고 말해주는 것, 어느쪽이 더 기분이 나쁜 것일까? 공부를 못할 수도 있는데, 남들이 못한다고 말해주는 것이 더 싫은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