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을 보면서 속으로는 "별일도 아닌걸 가지고 엄청나게 속상해 하네. 빨리 추스리고 공부나 할 것이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사춘기 아이들한테는 절대로 "네가 지금 당한 일은 살다보면 별 것 아니거든."이라고 말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말을 기억하면서 기다렸다. 더군다나  딸을 그렇게 속상하게 만든 인물의 속 없음과 철없음에 대해 같이 흉을 봤다. 사실 네살 정도 많은 대학교 1학년짜리 남학생(아무리 주일학교 교사라고 하더라도)이 사춘기 여자아이 맘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으며, 자기가 잘 모른다는 사실 또한 잘 모를터이다. 그 아직 철없음을 딸 또한 이해하지 못할터이고. 그 모든 광경을 이해한다며 내가 무슨 소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 또한 준비되어 있지 않을텐데. 조금은 나도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이다. 마흔이 넘어서야 조금 철이 들기 시작했는데, 아직 어리고 젊은 아이들에게 기대할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더불어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는지도. 혼자서 잘났다고, 모든 상황을 이해한다며 했던 말들이 상대에게는 비수가 되어 꽂혔을지도 모르겠다. 그 말들이 일부러 상처주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다면 상대도 그만큼 성장했다는 표시일테니까.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나도 말로 상처 주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 사람이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요즘 진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래도 갈 길은 멀지만.

딸도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은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사춘기의 특성이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고, 내가 보기에는 딸의 성향 자체가 그런 측면이 많은 것 같기도 하기 때문에, 타인과의 부딪힘으로 스스로가 성숙하기를 바라는데, 그 과정에서 얼마나 힘들까를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다. 그래도 세상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사는 것보다는 폭넓게 경험하면서 사는 것이 더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엄마로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란 어떤 일을 겪더라도 아이에게 "엄마는 늘 네 편이란다."라는 확신을 갖게 해주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내 맘이 아프더라도 대신 겪어줄 수 없는 부분이 많을 것이고, 그럴 때마다 아이가 스스로 일어서는 것을 지켜봐주는 것이 내 몫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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