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중에 아들 담임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다. 번호가 번호인지라 도중에 나와서 전화를 했다. 분명 좋은 일로 전화한 것이 아닌 느낌이 들어서.

선생님 말씀이 축구하는 친구 신발주머니를 감추고 가버려서 그 친구가 신발주머니를 못 찾았다고 삼촌이랑 같이 담임선생님을 찾아왔단다.

솔직히 나라면 아들이 그런 일을 당하고 들어왔다고 해서 담임선생님을 찾아가지도 않았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아이가 그냥 잊어버렸다고 하지 못찾았다고 했을 것 같지도 않다. 은근히 짜증이 나는 일이었다. 내가 너무 이상한가?

아무튼 축구끝나고 올 시간이 되어서 집에 전화를 해서 아이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는 그런 일이 없다고 하더라. 담임선생님께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라고 했지만,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이를 믿어야하는 것이겠지? 가끔은 공정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내 아이를 믿어주고 지지해주어야 할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런때일까?

전력이라는 것이 그래서 무서운 것 같다. 하지만 아이가 그동안 잘못을 한 일이 여러 건 있지만 한번도 아이가 일방적으로 잘못한 일이라는 생각은 안했었다. 그리고 문제삼아야 할만큼 큰 일도 아니었고. 아무튼 상대방 아이 부모한테 빌기는 했지만, 입장 바꿔 반대의 경우라도 그런식으로 대응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덜 미안한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부모가 과잉반응을 보이니까 아이들도 그런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

아이들 일에 어디까지 부모가 개입해야 할까?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할 일까지 도맡아 처리해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ookJourney 2007-11-08 23:02   좋아요 0 | URL
선생님에 따라 다른가 보네요... 저희 아이 1학년 때, 다른 아이가 저희 아이 신발을 숨기고 가버린 적이 있었는데요, 선생님께서 저희 아이랑 같이 건물 전체를 몇 번씩 찾아보셨대요. 결국 아이는 실내화를 신고 집에 왔고, 나중에 계단 구석에서 신발을 찾았던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는 제게 전화를 하셔서 내내 미안해 하셨고, 그 바람에 저는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지요."라며 오히려 선생님을 안심시켜드려야 했습니다. "혹시, 저희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잘못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라는 걱정과 함께요.
선생님께서는 짐작 가는 아이가 있으나 특정한 아이만을 혼낼 수 없었고, 그래서 아이들 전체를 모아놓고 선생님의 속상한 마음을 솔직하게 말씀하셨다고 하셨어요. 선생님께서 그러시니, 제가 그 아이나 그 아이의 엄마에게 전혀 화를 낼 수가 없는 처지였지요 ...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선생님 덕분에 여러 가지를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아이들 사이의 문제는 아이들끼리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거나, 아이들 사이의 문제를 부모가 직접 나서서 중재 또는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모퉁이길에서 2007-11-09 11:41   좋아요 0 | URL
좋은 담임선생님이었던 같네요. 선생님 잘만나는 것은 운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물론 아이가 예쁜 짓 하면 다들 예뻐하시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아이들 담임선생님을 잘 만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런 운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