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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경험의 이야기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저녁달 편집부 옮김 / 저녁달 / 2026년 7월
평점 :
📖 일: 경험의 이야기
루이자 메이 올컷 | 저녁달

고전이 지닌 특유의 매력은 알고 있지만, 선뜻 손에 잡히지 않던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소설이었다. 고전이라는 장르 자체도 범접하기 힘든데, 평소 어려워하던 소설이라니. 그럼에도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번역된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이라는 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작은 아씨들》을 쓴 지은이라는 정도 외에는 그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펼쳐 들어서인지, 책의 문장 하나하나가 색다른 의미로 쏙쏙 마음에 와닿았다. 그저 자전적 소설이라는 짧은 소개만 알고 읽어나갔는데, 1장, 2장, 3장을 넘어가며 주인공 크리스티의 삶을 좇다 보니 어느새 이것이 소설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몰입하게 되었다. 책을 다 읽은 후 루이자 메이 올컷이 실제로 거쳐 간 다양한 노동의 스펙트럼을 접하고 나니, 정말로 크리스티라는 인물이 작가 본인의 모습을 본떠 만든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크리스티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어린 시절 만났던 '빨강머리 앤'이 자꾸 떠올랐다. 나는 평소에도 공상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어린 시절에도 앤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나이를 먹고 만난 크리스티 역시 쉽게 이해하기는 힘든 인물이긴 매한가지였다.
자신의 꿈을 향해 집을 떠난 크리스티는 가정부와 하녀, 배우를 거쳐 가며 한 여인을 구원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 역시 구원받으며 한층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요즘 나오는 드라마나 만화처럼 극적인 미사여구나 자극적인 상황은 없다. 하지만 잔잔한 글 속에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크리스티의 삶은 그 자체로 격정적이고, 때로는 극적이며 가슴 졸이게 만드는 매력을 품고 있었다. 재미가 없으면 금방 책을 놓아버리는 내가 벽돌책 못지않게 두꺼운 이 소설을 꾸준히 읽어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매력 덕분이었다.

크리스티가 힘겨운 시기에 만난 윌킨스 부인은 특유의 입담으로 털털하면서도 묵직한 조언을 던지며 크리스티뿐만 아니라 읽고 있는 나에게도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윌킨스 부인이 그러한 깨달음을 얻고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네기까지, 그녀 스스로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왔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더욱 깊이 공감되고 경청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사랑 따위 없을 것 같던 크리스티에게 사랑이 찾아오는 순간 역시 무척 떨리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수많은 명문장 중에서도 특히 내 마음에 깊이 들어찬 문장이 있다.
노동 속에서, 그리고 그 노동이 가져다준 노력과 경험 속에서 자신은 독립도, 배움도, 행복도, 신앙도 발견했다

사람이라면 응당 노동을 통해 자신의 참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노동의 가치를 천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무엇보다 위대하게 격상시켜 주는 듯해서,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이 문장이 머릿속에 오래도록 둥둥 떠다녔다.

미국 남북전쟁 전후의 혼란스러운 사정 속에서도 크리스티는 아마 잘 살아냈을 것이다.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여성들이 서로를 도우며 각자의 몫을 멋지게 해낼 수 있도록 말이다. 소설 속 크리스티의 삶을 따라가며—특히 마지막 장의 제목이 '마흔'이라서 더욱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나는 과연 크리스티처럼 내 몫을 온전히 해낼 수 있는 여성으로 성장했는지 다시금 성찰해 보게 된다. 찬란했던 20대와 열정적인 30대를 지나, 이제는 오롯하고 고아한 나 자신을 만들어가는 40대. 나는 과연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우주@woojoos_story 진행으로 우주세문단 톡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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