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내용 중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근대」와 관련된 부분들이었다. 저자의 말과 같이 옛것에 대한 고찰은 필요하다. 하지만 일제시기 때 초대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를 적의 가득 찬 눈길로 바라보지만 말고 한반도를 문명개화시키기 위해 힘쓴 인물로 되새겨 본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학교 역사 수업시간에 받아왔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는 것이 조금 거북해지고 두려워지기도 한다. 그런 느낌이 거듭 들면서도 잊고 있던 사소한 사실이 떠오르기도 했다. 명성황후라고 하면 일본의 낭인들에 의해 죽은 조선의 국모로 칭송받고 위해야 하는 존재로만 생각되었지만 그 당시 궁에 궁인들이 많았을 터인데 그 많던 사람들이 일본 낭인들이 오는 것을 보지 못했던 것일까. 그들은 왜 명성황후를 피신시키지 않았을까. 나는 낭인들에 의한 일어나서는 안 될 끔찍한 활극으로만 생각했었지 명성황후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려 했다.


299. 하지만 이책은, 역사를 신화화하고 범죄를 판타지화하는 잘못도니 용례로 거론될 만하다.


장정일의 공부는 계속 내 머리에 주먹질을 한다.「게르만 신화, 바그너, 히틀러」. 이 책은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 저자가 오로지 페스트 책에만 의지했다는 것이 도드라져 보인다며 그가 발견한 부분을 반박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모순된 점들을 냉철하게 지적하고 있다.

2003년 올해의 논픽션상 수상작인 이 책을 독자들은 이런 부분을 무심히 흘려보내며 상을 받은 책이니 흠잡을 것 없는 좋은 책으로만 생각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어느 한 사람의 말에 의해 모순을 지적받았지만 그만큼 철저한 분석에 의해 벗겨진 책이므로 내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어느 대학에서 국문과를 사실상 폐지하고 서울대에서 2학년 과 배정 우선순위 조사에 돈 안 되는 과들은 인기가 없다는 기사 등은 한국에서의 인문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푸대접을 받고 있는지 잘 알려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라는 이 책은 우리의 묻혀있던 생각을 일깨워주는 것은 사실이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여기저기서 우리 사회에 던져진 ‘인문학의 죽음’이라는 문제의식에 맞춰 나온 얄팍한 상술에 의한 책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기 때문에 약간 씁쓸할 뿐이다. 그래도 알아차리지 못한 근대의 모습과 같은 어떤 사실에 대해 생각을 일깨울 수가 있어서 즐거운 책읽기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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