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글을 써보고 싶은가? 싶다, 싶은데! (중략) 어떻게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한지는 꽤 오래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내게 작가, 글을 쓰는 사람이 된다는 일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글을 쓰게 된 계기 같은 것처럼 어떤 환상 속에 압축되어 머물러 있는 상태였으므로.
"1978년 4월 1일, 메이지진구 구장에서
프로야구 개막전을 관람하던 중 소설을 쓰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1회 말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선발 타자 데이브 힐턴이
2루타를 친 순간의 일이었다고 한다.
그 후로 재즈 찻집을 운영하는 한편으로
매일 밤 부엌 테이블에서 글을 계속 썼다. (출처: 나무위키)"
그래서일까 『책과 우연들』 을 읽는 동안, 다른 책도 많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라는 책도 함께 다시 읽었다. 내게는 '소설가'라는 직업이 사물성이 느껴지는 직업이라기보다 한 예술가의 추상적인 애티튜드로 읽힌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소설을 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몹시 둔해빠진 작업입니다.
거기에 스마트한 요소는 전혀 눈에 띄지 않습니다.
혼자 방에 틀어박혀 '이것도 아니네, 저것도 아니네' 하고
오로지 문장을 주물럭 거립니다.
책상 앞에서 열심히 머리를 쥐어짜며 하루종일 단 한 줄의 문장적 정밀도를
조금 올려본들 그것에 대해 누군가 박수를 쳐주는 것도 아닙니다. ...
혼자 납득하고 혼자 입 꾹 다물고 고개나 끄덕일 뿐입니다.
책이 나왔을 때 그 한 줄의 문장적 정밀도를 주목해주는 사람이라고는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바로 그런 작업입니다.
엄청 손은 많이 가면서 한없이 음침한 일인 것입니다.
p.25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