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무라카미 류 지음 / 무당미디어 / 199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참 가벼운 느낌이 드는 제목과 표지였다. 물론 이야기도 쉼없이 넘어가는 재미있는 소설이었지만 후반부의 공포는 예상하고 있던 것이 아니기에 더 큰 공포로 다가온다. 책을 읽으며 좀처럼 느끼기 힘든 쭈뼛한 전율을 느끼기도 한다.

<오디션>에서 가장 마음에 안들었던 것은 주인공(혹은 그의 친구)의 눈으로 바라보는 여성이었다. 중년의 성공한 남자인 그(들)는 여자를 가슴크기나 미모로만 보지 않는다. 그러나 오디션을 통해 반려자를 구한다는 발상 자체가 성공한 자기애가 너무 강하게 표출되서인지 여성을 상품과 동일시하는 우월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40이 넘은 그들이 원하는 것은 20에서30대 사이의 아름답고 지적이며 감성적인 여성이다.

무라카미 류는 당연히 나의 생각 속에서 중년 남자인 주인공과 동일시 되었고 작품 자체를 남성중심적인 사고가 이끄는 여성광기의 공포물로 보이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펼쳐지는 여주인공의 트라우마에 의한 복수극은 어쩌면 중심에서 여성을 종속하려고 하는 남성들에 대한 응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생각해 보면 가해자인 여성은 어릴적 강력한 트라우마로 상처받은 한 영혼이고 그것은 성에 관계없이 한 인간에게 닥친 일일 것이다. 그런면에서 그 여자는 어린 시게히코처럼 피해자일 뿐이다. 시게히코에 비해 큰 상처를 입었기에 그녀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이건 한 인간이 얼마나 약하고 섬세한 존재인지.. 또 반대로 얼마나 악해질수 있는지 양 극단의 연계를 납득하게 설명해준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연애하기가 좀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슬픈 사실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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