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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비밀을 얘기해 ㅣ 책이 좋아 3단계
잠자 지음, 히히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6월
평점 :
처음 도서 소개를 보고서 엄청나게 끌린 책이다. 불안, 억압, 결핍, 외로움. 아이들의 조각난 마음. 희망의 신호. 카피에 쓰인 단어 하나하나가 심금을 울리는 느낌이어서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다섯 개의 동화 모두가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두두,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잠자는 제니는 비밀을 얘기해가 인상적이었다.
두두 - 누구에게나 구멍은 있다
아이가 발견한 건 하얀 강아지였다. 아이는 강아지에게 두두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만난 순간부터 사랑을 준다. 엄마에게 두두는 어린 시절 가지고 있었던 마이마이다. 엄마는 마이마이를 보며 어린날을 추억한다. 아빠에게 두두는 그의 어머니가 떠준 장갑이다. 장갑을 보며 아빠는 깊은 애절함을 느낀다. 책을 읽으면서부터 도대체 이 하얀 강아지/마이마이/장갑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서평을 쓰기 위해 다시 책을 살피면서 그들의 마음속 구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참 좋아하고 애틋했지만 닿지 못했던, 마음을 다 전하지 못했던 그런 어떠한 것이 아닐까 하고. 그리고 그 마음이 채워진 이후에 비로소 강아지를 강아지로 본 인물들처럼, 우리도 그 자리에 있는 것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 무겁고 무거워
아빠의 기대에 충족할 수 없는 아들이라는 것을 느낄 때, 그래서 아빠가 화를 낼 때, 아빠 때문에 엄마가 화를 낼 때, 선생님이 아빠처럼 무섭게 혼낼 때. 나의 주머니에는 무거울 만큼 모래가 찬다. 비워도 비워도 자꾸만 차는 모래가 결국 아이를 잠식하고 만다. 마음을 인정받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고 뱉지 못하고, 그 마음에 그대로 잠식되는 것만 같은 느낌이어서 안타까움이 많이 드는 이야기였다. 흘려보내지 못한 마음에 잠식되고 만 경험이 내게도 있었기에, 마지막에 엄마와 함께 바다에 가자고 약속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나 또한 안도감이 들면서 마음이 놓였다.
잠자는 제니와 비밀을 얘기해 - 영원히 잠들고 싶은 마음
이건 마음이 참 아픈 이야기였다. 해머에게 전화가 계속 오고, 피아노 연습에 대한 압박을 느끼던 제니는 결국 몸이 딱딱하게 되더니 번데기가 되고 만다. 나, 비, 가, 되, 기, 싫, 어라고 말하고 번데기가 되어버린 제니. 아이는 언젠가 자란다. 자유롭게,자신만의 고유한 날개 무늬와 모양을 가지고 탈피한다. 그 과정에서의 고통도 어려움도 오롯이 나의 몫이다. 그러나 제니는 자연스럽게 나비가 되어가는 과정 속이 아니라 해머의 압박 속에서 끙끙대고 있다. 그리고 나비가 되기를 거부하고 번데기로 변해버리고 만다. 잠들고 일어나 다음 날을 맞이하는 성장이 아니라 영원히 잠들어버릴 것처럼. 마음을 닫고 미래로 한발 내딛기를 거부하는 것 같은 모습에 또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이야였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도 희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제니가 언젠가 깨어나 비밀을 이야기해줄 것을 기다리는 나가 있기에.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만지는 이야기여서 읽다 보면 마음이 좀 무거워지지만 어느 이야기건 끝에는 부드러운 봄바람 같은 희망이 놓여 있다. 그것이 이야기를 읽던 무거운 마음을 부드럽게 만져주는 것 같아서, 따뜻해서 참 좋았다.
또 아이들이 읽을 단편 동화로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이들에게는 이건 무엇을 의미할까? 왜 잠이 든 것 같아? 00는 어떨 때 이런 마음이 생길 것 같아? 등등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의 힘을 키워나갈 주제를 던져주는 한 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