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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아이돌
김혜정 지음, BF. 그림 / 김영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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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년째 열다섯로 이미 유명하신 김혜정 작가님의 신작이다. 오백 년째 열다섯도 나름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이번 도서도 기대가 되었는데, 표지에 너무 잘 꾸민 아이돌이 나와 있어서 어렴풋이 아이돌까지 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일까 생각했었다. 그러면서 아이돌이 준비하거나, 아이돌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실까 기대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냥 일단 재밌다. 이전 작품을 시리즈로 냈던 작가님인 만큼 기대가 되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가 있어서 무척 좋았다. 부대표와 안다 도사의 어이없는 오해로 인해 미리족이 아닌데도 드래곤시티의 연습생이 된 오늘. 처음에는 미리족이 아니란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애쓰지만 나중에는 그것보다도 같이 연습생을 하는 친구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단단한 내면을 가진 캐릭터로 성장한다. 거식증인 린아를 격려하거나 부당한 부탁을 받은 승찬을 위해 부대표에게 따지는 등등. 마지막쯤에는 미리족이 아니어서 큰일이 나긴 하지만.ㅎㅎ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인물마다 갈등, 고민이 나오는데 마지막은 모두 한마음으로 꿈을 위해 나아가는 장면으로 마무리가 된다. 나는 이러한 어린이/청소년 소설의 진부해 보여도 희망찬 결말이 너무 좋다. <오늘의 아이돌>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도 어느새 우정을 가지고 함께 꿈을 위해 나아가고자 하는 다섯 명의 아이들의 힘찬 모습을 보면서 조금 울컥했다. 그러한 우정과 희망이 내게도 있지 않을까 내면을 돌아보기도 했던 것 같다. 재미도 재미고 따뜻한 메시지도 메시지고 케이팝이라는 요즘 흥미로운 소재까지. 나는 정말로 만족스럽고 재미있게 잘 읽은 한 권이었다.


+)재밌는 책을 하나 읽으면 든든하고 정갈한 밥을 먹은 것처럼 마음이 든든해지는데, 나는 <오늘의 아이돌>이 그랬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또 기대된다!ㅎㅎ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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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 오앵도 탐 청소년 문학 37
신현수 지음 / 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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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수 작가님 소설은 예전에 <조선가인살롱>으로 알게 되었는데 그때도 책을 읽으면서 "되게 웹소설 같은데?" 하고 생각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작가의 말을 보니 웹소설이었던 원고를 다듬어서 청소년 소설로 내게 되었다고 해서 아하 하고 납득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웹소설의 느낌이 청소년 소설과 합쳐져서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한 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책비 오앵도>도 작가님이 웹소설 형식이었던 것을 많이 다듬어서 청소년 소설로 낸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도 웹소설의 향기(?)가 상당히 많이 났다. 여자 주인공의 불우한 과거, 과거(여기서는 별로 다뤄지지 않지만)가 있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끌리는 것 등. 그래서 웹소설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책을 잘 읽지 않는다고 해도, 쉽게 읽어볼 수 있는 한 권이겠다 싶었다. 청소년 소설이야 요즘 너무 재밌고 좋은 책들이 많지만 이 책은 무거운 주제는 싫어서 손이 가지 않는 책과 아직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들이 접근하기 좋은 책인 것 같다. 책비라는 소재, 조선이라는 시대 배경, 당찬 여주인공이 궁으로 들어가 세자와 엮이는 것 등이 무겁지 않게 잘 이어져서 재밌게 읽기 좋기 때문이다. 웹소설은 재밌어서 좋아하는데 시중의 청소년 소설은 좀 읽기 싫었던 학생에게 추천해주어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책이 예뻐서 좋았다. 표지의 여자 주인공 뒤로 병풍처럼 꽃이 그려져 있는데 그 꽃이 차례에도 그려져 있고 본문 속 제목이 나오는 부분은 나뭇잎이 흩날리듯 디자인되어서 마치 광통교 앞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주어서 무척 좋았다.ㅎㅎ책도 예쁘도 내용도 무겁지 않게 재밌어서 즐겁게 읽은 한 권이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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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 제1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0
김지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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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말에 기대가 되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책은 열여섯, 중학교 3학년 여자아이 다섯 명에 대한 이야기가 차례대로, 그리고 절묘한 솜씨로 엮인 시간순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예은은 처음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 보민은 달콤-먹는 것-한 디저트와 관련된 이야기, 종희는 가족, 특히 아빠에 대한 이야기, 시래는 재미없는 현실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은 보민과 관계가 깊은 유리의 이야기다.

우선은 문학상을 수상할 만큼 글이 유려하고 재미있다. 소재들도 청소년들이 한 번씩쯤은 고민해볼법한 것들로 남자친구, 다이어트, 꿈, 재미없는 현실, 가족관계에 대한 고민 등이다. 나는 특히 시래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는데 사는 게 따분해 죽겠는데 다들 이 현실을 어떻게 어렵지 않게 살아가는지, 나만 이렇게 괴로운 건지 고민하는 시래의 모습이 내 십대 모습과 많이 겹쳐졌다.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건 유리의 이야기였다. 부모님 대신 자신을 맡아 키워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유리는 할머니가 자신을 맡은 마음이 애정이었는지 알 수 없다고, 그저 거두어야 할 '어린 짐승'에 대한 책임감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마음의 부담감이라든가, 사람 등으로 쓰였다면 조금이나마 할머니가 손녀에 대한 일말의 정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볼 수 있을 듯한데 유리의 언어로는 자신이 '어린 짐승'이라 표현된다. 그만큼 할머니에게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 같아서, 지나온 유리의 삶이 얼마나 삭막했을지 느껴지는 듯했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예은의 이야기다. 아무리 요즘 세대가 예전보다 자유롭다지만, 열여섯은 중학생이다. 해당 소재가 중학생에게 쓰여서 이런 결말을 맺어도 좋을 만한 것인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작가든 출판사든). 예은의 이야기에서 아픈 것은 아픈 것이고 '처음의 좋은 것은 가져가자'인데, 소설은 허구의 세계이며 모든 것은 작가의 마음대로 다행스럽게 아무런 책임 없이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절대로 그럴 수 없다. 내가 좋은 걸 좋은 것 삼아 넘어가고자 한다고 해서 아무런 책임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잘 쓰인 이야기에 쓰인 메시지를 보고 청소년들이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까 개인적으로는 염려가 된다.

하지만 해당 부분만 제외하면 책은 좋았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잘 읽힌다. 그들이 보여주는 우정도 푸른빛으로 맑고, 청소년이 읽으며 공감할 법하며, 어른들이 읽으며 과거의 자신에게 공감해주기에도 좋은 한 권이니까. 하지만 주변 십대에게 추천해주라고 한다면 솔직히 예은 에피소드 때문에 어떨지 모르겠다.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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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구는 이웃들을 기다린다 책이 좋아 3단계
이선주 지음, 국민지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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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3년에 나온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의 후속작이다. 그때 표지 그림도 눈에 띄고 제목도 조금 특이하게 느껴져서(요즘에 이웃이 궁금한 어린이가 얼마나 있겠는가!) 무슨 내용이지 하고 궁금해했다가 이번에 2편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작가님은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의 마음을 잘 묘사하시지?'였다. 어른의 사정을 이해하지도, 어른의 사정을 듣지도 못한 어린이는 자신만의 추측만으로 어른들의 세계의 조각을 잇고 판단한다. 태구도 자신에게는 사정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는, 어린이의 시선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어른 세계의 조각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끼워 맞추는데 그 과정에서 보이는 순수하고도 신랄한 시선이 무척이나 신선하고 무척이나 어린이스러워서 놀랍다. 두 번째로는 매일 놀기만 하는 것 같아 보이는 어린이의 세계가 무척이나 복잡하고 복합적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스토리 라인에 대해 감탄했다. 태구는 할머니와 아빠와 셋이 살고, 새로 이사온 집의 할머니는 치매기가 있고, 같이 노는 동생들이 있고,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도 있다. 그냥 학교, 집만 왔다 갔다 하는데도 매일매일 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다른 사건이 일어난다. 그 세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세계에 감탄했다.



책 소개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책에는 '비둘기'가 특히 눈에 띈다. 책 소개를 깊게 읽지 않은 내 눈에도 비둘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이게 뭘 의미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비둘기보다 준오 집에 더 이상 놀러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태구의 모습이 유독 가슴에 남았다. 아줌마는 좋은 분인데, 좋은 분이니까 더 이상 준오 집에 가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태구. 따뜻한 곳에 들어가면 그동안 있던 곳이 차가웠다는 걸 알게 되는 것처럼, 좋은 사람의 다정한 태도에 자신의 현실이 어떤지 깨달았던 게 아닐까. 아니면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할 처지가 나쁜 아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던 걸까. 그도 아니면 비둘기가 되어버린 엄마를 얼마 전 봤기 때문일까. 답은 알 수 없지만, 태구가 마냥 어린아이가 아니라 어린이라는 껍질을 조금 부순 장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어른스럽고도 순수하고 예민한 어린아이의 마음이 묘하게 선명하게 느껴지는 듯도 하다.

어찌 됐든 태구는 1506호에 혼자 사는 누나가 이사 나가는 것을 알고, 오늘 새로 올 이웃을 궁금해한다. 조금씩 자라가는 이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조금 더 지켜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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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극장 피카 그림책 17
아라이 료지 지음, 황진희 옮김 / FIKAJUNIOR(피카주니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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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뒤덮인 마을에서 아이는 친구와 도감을 보고 있다. 노랑, 빨강, 주황, 초록 알록달록한 색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나비 도감. 이 도감을 아빠가 아낀다는 걸 아는 아이. 아이도 그래서 이 도감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을 테지만 의도치 않게 도감이 찢어지고 말았다. 어설프게 테이프로 붙이는 아이 앞으로 펼쳐진 눈 덮인 마을이 아이의 아득하고 막막한 심경을 표현하는 것만 같다. 겉옷을 챙겨 입고 스피 도구를 야무지게 챙겨 착용하고 눈덮인 산을 오르는 아이.  그 모든 순간에 아이의 머릿속을 채운 건 오로지 나비를 좋아하는 아빠. 아빠가 화를 내실까 하는 생각뿐.


책이 찢어짐으로 인해 아이가 느끼는 상실과 두려움이 눈을 배경으로 한 고요한 그림 너머로 선명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아무도 없는 산 속, 아이는 나비 도감을 친구에게 왜 보여주었는지 나름의 이유를 생각하는데 이것마저도 너무 사랑스럽고 안쓰럽다. 점으로 표현된 눈은 마치 아빠에게 친구가 나비를 좋아하고 우리는 봄에 나비를 잡으러 가자고 약속했어요. 그런데 실수로 찢어졌어요. 그렇게 호소하는 것만 같다. 그림 속 아이는 무척 간결하게 그려져 있는데 표정과 짧은 글 속에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어서 정말이지, 뻔한 표현이지만, 심금을 울린다.


그렇게 스키를 타다가 만난 눈 극장. 갓 태어난 눈처럼 나타난 눈 사람들의 포슬포슬한 무대. 눈 아이들이 노래를 점점 크게 부르면서 눈 팽이가 점점 더 커지고 눈의 여왕이 손을 올리자 눈이 더 많이 쏟아지고... 그러면서 온 세상을 뒤덮는 눈보라가 정말로 눈앞에 눈이 폭발하듯 쏟아지는 것처럼 너무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온 세상을 뒤덮은 눈 저편에서 아빠가 나타난다. 죄책감에 한쪽 눈 사이에 앉은 아이에게 아빠는 큰 손을 내밀고, 아이는 비로소 아빠에게 책을 찢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아빠는 화를 내지도 큰 소리를 치지도 않고 그저 책을 친구에게 빌려주라고 할 뿐.... 마지막에 아이는 다시 따뜻한 집 안에있다. 김이 모락모락 날 것 같은 코코아를 마시며 팽이 노래를 부른다.

책의 감상 포인트는 아이의 죄책감을 따스히 감싸 안아주는 아빠가 주는 안정감, 그리고 아이의 세계에서 눈보라를 몰고오듯이 펼쳐지는 환상적인 눈 극장이 아닐까 싶다. 아이의 마음도 너무 섬세하고 깊게 표현되었고 아이가 보는 눈 극장의 연출도 너무나 아름다우며, 마지막 아빠의 용서도 쓰린 마음을 무척이나 따스하게 덮어주는 듯하다. 날씨가 추워서, 눈이 내려서, 마음이 어딘지 시려서, 아니, 그냥 겨울이라서 이 책을 읽고 선물해주고 싶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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